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북한의 이해 2008’이란 책자에서 6·15,10·4 선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2007년판에는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했던 것을 정권 교체와 함께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라고 바꿨다. 책자가 지적한 “기본합의서로 남북 간 인식의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서술은 타당하다. 하지만 1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물인 6·15선언을 “신뢰와 평화 문제에 대한 실질적 논의는 이루지 못했다.”라고 평가한 것은 정권의 코드 맞추기라는 인상이 짙다.
게다가 지난해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10·4선언에 이르러서는 “국민적 합의와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미비한 한계를 드러낸 정치 선언의 의미가 강하다.”고 폄훼했다. 보수 성향의 민간 단체도 아닌 통일부가 지난 10년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응축한 양대 선언의 의미를 깎아 내린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행위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
통일부의 변신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남북 간 합의는 기본합의서”라는 발언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비핵화와 연계한 대북 지원이라는 상호주의를 표명했다.6·15,10·4선언은 백지화된 듯 비쳤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고 남북 경색이 이어지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양대 선언의 이행을 검토할 수 있다며 대북 정책의 수정을 시사했다. 기본합의서에서 10·4선언에 이르는 과정은 남북 관계의 성장 그 자체이다. 대북 정책의 총본산인 통일부가 오락가락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2008-05-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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