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우열반의 추억/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우열반의 추억/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8-04-19 00:00
수정 2008-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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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월 중순이었을 게다. 그 전해 중학교 입시가 서울에서 폐지되는 바람에 추첨으로 ‘깡패학교’에 배정 받은 나와 몇몇 친구는 으스스한 기분으로 예비소집에 참석했다. 지시에 따라 교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시험지와 연필을 돌렸다. 입학식을 마치고 반 배정을 받아보니 그때 본 시험 성적순대로 1등부터 70등까지는 1반,71∼140등은 2반이었다.2학년 때도 마찬가지였다가 3학년 때 동티가 났다. 역시 열두반 가운데 두반을 ‘우(수)반’으로 편성했지만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해 이를 취소하고 반 편성을 다시 하게 된 것이다.

우열반이야 그 전에도 있었겠지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것은 그 무렵이 처음 아닌가 한다. 중학교 입시가 사라져 평준화한 마당에 왜 우열반으로 갈라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차별하느냐 하는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사실 ‘깡패학교’에 입학한 우리 동기는 여러가지 특혜를 누렸다. 조회시간이면 교장선생님은 늘 “이번 입학생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니 명문고에 진학해 학교의 명예를 빛내야 한다. 그러니 절대 후배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했고, 선배들도 당연하다는 듯 그 말씀을 따랐다. 그런 분위기였으니 특히 ‘우반’에 대한 교사들의 애정은 어떠했겠는가.

며칠 전 교과부가 초·중·고 교육 자율화 원칙을 발표한 뒤로 우열반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직접 몸으로 겪은 40∼50대는 경험을 내세워 찬반 토론에 앞장서기 일쑤이고, 초등학생 학부모인 30대는 제 자식도 우열반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지레 겁을 먹는다.

지금 중·고교에서는 학생간 학력차를 해소하고자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성적이 상위 1%에 속하는 학생과 하위 1%인 학생이 같은 내용의 수업을 받으면서 함께 만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수준별 이동수업을 과목별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학교생활에 성적표만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을 성적순대로 반을 가르는 ‘우열반의 추억’은 지금 부모 세대로 족한 듯하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8-04-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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