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이 돼 10년만에 관가로 복귀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의욕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규제 최소화와 세율 최저화를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새로 점화시키겠다는 포부다. 새 정부의 당면과제가 경제살리기를 통한 선진화 진입인 점을 감안하면 강 장관의 이같은 의욕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강 장관의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과 진단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는 취임 이후 환율의 국가 개입 필요성, 한국은행 독립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감세를 통한 서비스 수지 개선 등을 피력했으나 시대와 맞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강 장관은 23년 전 자신의 경험을 들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설파했다. 그러나 지난 2003년에도 경험했듯 무리한 시장 개입은 환투기만 초래할 뿐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또 거시정책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럼에도 강 장관은 10년 전 차관시절 한은 독립을 반대했던 시각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다. 선진화를 지향한다면서도 나침반은 ‘회고록’ 수준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 경쟁력 역시 특소세 등 세금을 줄인다고 단기간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거시정책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도 선진국에는 없는 발상이다.
경험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상상력을 펼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강 장관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동시에 정부 개입 강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과거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의 간부와 실무진이 장관의 코드 맞추기에 급급해한다면 큰일이다. 강 장관은 새 일을 펼치기보다 듣고 조정하는 일에 주력하기 바란다.
2008-03-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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