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신여권과 대통합민주신당이 동수로 참여한 6인 협상에서 통일부를 없애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독립기구로 남기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인수위의 당초 안에서 한발짝 후퇴한 것이긴 하지만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여론을 수렴해 절충안을 내놓은 한나라당의 접근방식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신당 측이 한나라당이 제시한 양보안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국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던 ‘작고 실용적인’ 정부의 출범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통일부 존치에 만족하지 않고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농촌진흥청 등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신당 측은 협상 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해수부의 경우 부산과 여수, 인천 등 항만·어촌지역 출신 의원들이 강경론을 펼치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을 표밭으로 공략하도록 당 지도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정부 5년 동안 공무원 6만 6000여명을 늘리며 ‘큰 정부’를 만든 장본인들이 시일이 촉박하다는 새 정부의 약점을 잡고 흥정을 벌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개편안은 누더기가 되고 말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조직개편에 실패해 말로만 작은 정부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작고 실용적인’ 정부를 꾸리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에 국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신당은 정략적으로 흥정을 하며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이 총선에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8-02-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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