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이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뿌리내린 비결은 당연히 우수한 학생들 덕분이다. 대학측은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으레 당부하는 말이 있다.“여러분은 자신을 하버드의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여러분의 틀에 하버드를 맞추어라. 마음껏 꿈을 펼쳐 하버드를 바꿔달라….” 대학을 위한 하버드가 아니라, 학생을 위한 하버드란 얘기다. 이런 교육이념 속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땀과 도전정신, 그리고 의지를 쏟아 오늘의 하버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요즘 하버드에는 명성 하나가 더 붙었다. 바로 돈을 끌어모아 굴리는 재주다. 하버드에는 그동안 쌓인 기부금이 350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른다. 비영리단체로는 가톨릭 교회에 이어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이 돈은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라는 대학산하 자금운용전문회사에서 관리한다. 날고 뛰는 펀드매니저 20여명이 주식·채권·예금·부동산·원자재 등에 분산투자해서 지난해 23%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17%를 올린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엄청난 이익금을 학생과 대학에 다시 투자하니 위상이 탄탄할 수밖에.
이제 대학도 학문만으로 권위와 명성을 지니는 시대는 지났다. 우수한 두뇌와 그를 뒷받침할 돈이 있어야 한다. 마침 국내 대학들도 앞다퉈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년 2월 대학기금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리는데, 이에 대비해서 이런저런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몇몇 대학은 산학협력단을 조직해서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분주하다. 부동산·골프장 투자는 옛일이고, 쇼핑센터·화장품·한방재료가공에다 펀드투자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학의 적립금은 상위 10개 대학이 1000억∼5000억원 규모다. 미국 대학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학문과 연구에만 정진해야 할 대학들이 돈벌이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이 어째 좀 서글프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대학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교육의 질을 높일 터여서 말리기도 어렵다. 세계적 추세가 된 대학의 기업화를 지켜보면서, 우리 대학들이 돈에 눈이 멀어 본연의 역할인 학문을 게을리하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요즘 하버드에는 명성 하나가 더 붙었다. 바로 돈을 끌어모아 굴리는 재주다. 하버드에는 그동안 쌓인 기부금이 350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른다. 비영리단체로는 가톨릭 교회에 이어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이 돈은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라는 대학산하 자금운용전문회사에서 관리한다. 날고 뛰는 펀드매니저 20여명이 주식·채권·예금·부동산·원자재 등에 분산투자해서 지난해 23%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17%를 올린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엄청난 이익금을 학생과 대학에 다시 투자하니 위상이 탄탄할 수밖에.
이제 대학도 학문만으로 권위와 명성을 지니는 시대는 지났다. 우수한 두뇌와 그를 뒷받침할 돈이 있어야 한다. 마침 국내 대학들도 앞다퉈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년 2월 대학기금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리는데, 이에 대비해서 이런저런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몇몇 대학은 산학협력단을 조직해서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분주하다. 부동산·골프장 투자는 옛일이고, 쇼핑센터·화장품·한방재료가공에다 펀드투자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학의 적립금은 상위 10개 대학이 1000억∼5000억원 규모다. 미국 대학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학문과 연구에만 정진해야 할 대학들이 돈벌이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이 어째 좀 서글프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대학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교육의 질을 높일 터여서 말리기도 어렵다. 세계적 추세가 된 대학의 기업화를 지켜보면서, 우리 대학들이 돈에 눈이 멀어 본연의 역할인 학문을 게을리하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11-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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