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광화문에서 의미있는 인문학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장소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후원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그동안 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강당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이 빼곡하게 청중들이 앉았고, 강단에서는 저명한 학자들이 강의를 진행했다.
1차로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가 ‘한국지성의 문명의식과 실학’이라는 주제로 다섯 번 강의했고, 지금은 서울대 김남두 교수가 ‘문명의 텍스트로 읽는 국가’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일곱 번 진행된 강의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사적으로는 이 강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저 강의를 듣고 싶은 욕심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청중석에 앉아 있다.
하루에 두 시간씩 모두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첫 강좌를 듣고서 뭔가 색다른 인문학의 진수를 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원 강의에서나 접할 수 있는 전문성을 넘어서고, 오히려 그보다도 더 학자의 정수에 속하는 지식과 경륜을 잘 간추려서 강의했다.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성인의 사유와 고민을 살펴본 첫 강좌는 지엽적인 문제의 천착을 넘어 생각하는 것의 필요성을 거듭 느끼게 만들었다.
플라톤의 ‘국가’를 문명의 텍스트로 읽는 김남두 교수의 강좌는 서양 고전의 세계를 다시 접하는 계기가 됐다. 이 기회를 이용해 ‘국가’를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그분의 말을 듣고서 당장 책을 사서 앞부분을 읽었다.20여년 전에 읽어보려다가 잘 읽을 수 없어 읽기를 포기하고 아예 책까지 버린 경험이 있다. 그분이 소개한, 박종현이 번역한 책은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읽기가 수월했다. 인간과 사회의 구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이 계속되는 이 강의는 동양적 사유에 익숙해버린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대학에 있으면서도 다른 전공 학자의 좋은 강의를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각 분야의 전문학자로부터 그 분야에 고유한 지적 문제를 접한다는 것은 어디서고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강좌가 만들어지게 된 동기의 하나도 여기에 있고, 앞으로 진행되는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들이 인문적인 사유를 펼치는 것에 기대가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인문강좌의 시작은 성공적인 듯하다. 진지하고 수준 높은 인문학자의 지적 작업이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섣부른 대중화를 목표로 알기 쉽고 흥미성 있는 것만을 골라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일깨워줬다. 청중들의 연령대도 20대에서 70대까지 골고루 분산돼 있고, 하는 일도 다양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점도 고무적이다.
인문학이 이 시대의 삶의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지 오래다. 실용적인 학문과 견줘 볼 때는 더욱 무력해지기 쉽다. 그럴수록 인문학자들이 더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해야 한다.
인문학의 성과는 통상 논문으로 표현되나 논문은 대체로 그 분야 전문가들만의 폐쇄적 울타리 안에서 유통된다. 저술은 그보다 훨씬 낫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인문강좌처럼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수준 높은 강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두 번의 시도가 아니라,1년 나아가 10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서두르지 않고 대화와 소통의 마당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이 아니라 인문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 해나가야 할 일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장소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후원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그동안 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강당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이 빼곡하게 청중들이 앉았고, 강단에서는 저명한 학자들이 강의를 진행했다.
1차로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가 ‘한국지성의 문명의식과 실학’이라는 주제로 다섯 번 강의했고, 지금은 서울대 김남두 교수가 ‘문명의 텍스트로 읽는 국가’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일곱 번 진행된 강의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사적으로는 이 강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저 강의를 듣고 싶은 욕심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청중석에 앉아 있다.
하루에 두 시간씩 모두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첫 강좌를 듣고서 뭔가 색다른 인문학의 진수를 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원 강의에서나 접할 수 있는 전문성을 넘어서고, 오히려 그보다도 더 학자의 정수에 속하는 지식과 경륜을 잘 간추려서 강의했다.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성인의 사유와 고민을 살펴본 첫 강좌는 지엽적인 문제의 천착을 넘어 생각하는 것의 필요성을 거듭 느끼게 만들었다.
플라톤의 ‘국가’를 문명의 텍스트로 읽는 김남두 교수의 강좌는 서양 고전의 세계를 다시 접하는 계기가 됐다. 이 기회를 이용해 ‘국가’를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그분의 말을 듣고서 당장 책을 사서 앞부분을 읽었다.20여년 전에 읽어보려다가 잘 읽을 수 없어 읽기를 포기하고 아예 책까지 버린 경험이 있다. 그분이 소개한, 박종현이 번역한 책은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읽기가 수월했다. 인간과 사회의 구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이 계속되는 이 강의는 동양적 사유에 익숙해버린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대학에 있으면서도 다른 전공 학자의 좋은 강의를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각 분야의 전문학자로부터 그 분야에 고유한 지적 문제를 접한다는 것은 어디서고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강좌가 만들어지게 된 동기의 하나도 여기에 있고, 앞으로 진행되는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들이 인문적인 사유를 펼치는 것에 기대가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인문강좌의 시작은 성공적인 듯하다. 진지하고 수준 높은 인문학자의 지적 작업이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섣부른 대중화를 목표로 알기 쉽고 흥미성 있는 것만을 골라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일깨워줬다. 청중들의 연령대도 20대에서 70대까지 골고루 분산돼 있고, 하는 일도 다양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점도 고무적이다.
인문학이 이 시대의 삶의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지 오래다. 실용적인 학문과 견줘 볼 때는 더욱 무력해지기 쉽다. 그럴수록 인문학자들이 더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해야 한다.
인문학의 성과는 통상 논문으로 표현되나 논문은 대체로 그 분야 전문가들만의 폐쇄적 울타리 안에서 유통된다. 저술은 그보다 훨씬 낫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인문강좌처럼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수준 높은 강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두 번의 시도가 아니라,1년 나아가 10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서두르지 않고 대화와 소통의 마당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이 아니라 인문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 해나가야 할 일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2007-11-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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