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 문턱/최종찬 국제부 차장

[길섶에서] 가을 문턱/최종찬 국제부 차장

입력 2007-09-19 00:00
수정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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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고덕산에 올랐다. 산 입구에서 커다란 토란잎들이 산들바람에 흔들거리며 인사했다. 어린 시절 논길을 걷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만나면 그 잎사귀를 우산 대신 썼던 기억이 났다.

고덕산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부부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산 중턱 한 구석에 각개전투 훈련에 사용됐던 진지가 있다. 산을 훼손시킨 흉물이지만 그 속엔 소리를 내지르며 산을 뛰어오르는 예비군들의 가쁜 숨결이 배어있다. 도토리나무가 뿜어내는 독특한 향내를 맡으면서 흙을 밟으니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또 얼마나 순수한가.

산의 분위기에 취해 걷다 다람쥐를 만났다. 황급히 달아나는 모습에 저뿐만 아니라 나도 놀랐지만 다람쥐는 언제 봐도 귀엽다. 내려오는 길에 나뭇잎을 자세히 보니 푸른 빛이 바랬다. 나무들은 가을옷을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덕산은 시나브로 가을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

최종찬 국제부 차장 siinjc@seoul.co.kr

2007-09-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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