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가 숨쉬는 거리,예술이 꽃피는 공간/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

[기고] 문화가 숨쉬는 거리,예술이 꽃피는 공간/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

입력 2007-09-14 00:00
수정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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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는 압축성장과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의 삶의 질보다는 기능과 효율을 우선시하여 국토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을 위해서 도시가 있는지 도시를 위해 사람이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생활공간의 구성과 운영에서 문화와 사람은 심각하게 무시되고 경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도시는 사람이 만든다. 동시에 도시가 사람의 삶을 규정하기도 한다. 문화적인 도시공간은 문화적인 사람을 만들고 문화적인 사회를 만든다. 삭막한 도시공간은 개개인의 인성과 인격을 훼손하고 인간관계를 척박하게 만든다. 도시는 단순히 이용과 거주라는 일차원적인 목적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삶의 현장이자 사람들이 즐기고, 쉬고, 모이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교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담아내는 보자기 같은 역할을 해야 하며, 이러한 도시를 우리는 좋은 도시라 부른다.

문화적인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디자인도 필요하고 간판문화와 건축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경관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건물의 전면공간을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건축법은 공개공지(公開空地)라는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공개공지란 건축법상 연면적 합계 5000㎡ 이상인 문화·업무·숙박시설 등을 건축할 때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일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휴식시설 등을 설치하게 되어 있는 공간(대지면적의 10% 이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함)’을 말한다. 그러나 입법취지와는 달리 공개공지의 대부분이 주차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건축법상 공개공지를 확보한 건축물은 기존 적용용적률의 1.2배, 적용높이기준의 1.2배까지 건축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경제적 이익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몇몇 건물을 표본 조사한 결과, 공개공지제도에 따른 인센티브로 얻는 경제적 이익은 건물에 따라 연간 작게는 10억원 안팎, 크게는 5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공개공지를 당초 취지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많지 않았다. 건물주들은 입법취지에 맞게 공개공지를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선진 외국에서는 기업과 주민, 행정기관 등이 함께 도시 가로환경을 쾌적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다.

문화관광부는 14일 ‘건물 전면공간의 문화공간화 방안’이라는 심포지엄으로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설정하고자 한다. 공개공지의 대안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이미 사유재산인 건축물과 대지의 일정 부분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할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심포지엄이 열리는 광화문의 KT홀이 모범적인 경우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청사의 1·2층을 갤러리로 꾸며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는 노원구청이 대표적이다.

문화관광부도 1층 로비를 조촐하게나마 갤러리로 꾸몄고,5층의 시사실을 시민에게 개방해 매주 금요일 오후 3시에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였던 홍콩이 공해 때문에 경쟁력을 상실해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 앞으로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문화가 숨쉬고 예술이 꽃피는 도시공간을 조성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공간문화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2005년에 공간문화팀을 신설한 것도 그러한 의지의 표현이다.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
2007-09-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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