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 테러전의 역설/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 테러전의 역설/구본영 논설위원

구본영 기자
입력 2007-09-13 00:00
수정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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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처음 본토 공격을 받은 날이다.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시장과 안보의 상징인,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국방부(펜타곤)에 대한 자살 테러를 감행하자 미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부시 행정부는 ‘대 테러전’을 선포했다.

그러나 대 테러전 6년째인 미국이 더 안전해졌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미 여론조사기관 조그비 인터내셔널의 엊그제 조사에서도 91%의 미국인이 미 영토 내에서 9·11과 같은 테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바티칸 정도 면적의 요새 같은 새 미국대사관이 건설 중이다. 새로운 테러공격을 우려해 펜타곤도 리노베이션 중이라고 한다. 화학·생물학·방사능 등 여하한 공격도 막아내도록 보안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다.5년째 대 테러전을 벌였지만, 세계 곳곳에 철옹성을 구축해 새로운 테러를 막아야 하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는 꼴이다.

2차대전 후 미 군사전략의 기본 개념은 억지전략(Strategy of deterrence)이었다. 이는 압도적 무력으로 가상적국이 감히 공격할 엄두도 못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뒷골목에서도 월등한 힘의 조폭에게는 뭇 조무래기들이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 그러나 억지전략의 한계는 상대가 합리적일 때만 통한다는 것이다. 미치광이나 목숨을 걸겠다는 자에겐 큰 주먹의 위풍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슬링 영웅 역도산이 피라미 같은 야쿠자에게 목숨을 잃었듯이 말이다.

미국이 알 카에다의 자살 공격을 계기로 선제공격전략(Strategy of preemption)으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테러의 온상’인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침공했지만 아직 이라크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예방전쟁을 맹신해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만 주력했을 뿐 다수 이라크인의 마음을 사는 데 소홀히 한 결과일 것이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비극인 셈이다. 뉴욕의 WTC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프리덤타워로 거듭나듯이 미국의 대 테러전 개념도 제로 베이스에서 재정립해야 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07-09-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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