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만혼/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만혼/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입력 2007-09-03 00:00
수정 2007-09-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고교 동기회 총무가 보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대부분은 부음 통보다. 그래서 그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결혼 통보 문자메시지가 왔다. 그것도 본인 결혼이다.50을 넘긴 신랑도 40대 중반인 신부도 초혼이란다.

30여년 전 대학시절 유난히 키가 작았던 그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최루탄이 교정을 뒤덮던 날 그는 땀에 흠씬 젖은 채 캠퍼스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20여년 후 운동권 출신 선배는 그 친구가 아직도 노동운동 일선에서 맹활약 중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유신과 5공 초 경찰에 붙잡혔을 때 동료 대신 그 친구의 이름을 댔다며 미안해했다. 언젠가 그 친구가 장기 투숙 중인 여관에서 만났을 때 삶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결혼식에 앞서 미리 만나 축의금을 전했다는 고교 동기의 전언.“그 친구 요즘 몸이 자꾸 아픈가봐. 신부는 한때 현장에서 만났던 동료라나.” 부딪히고 깨어지면서도 부조리한 현실에 끊임없이 항거했던 그 친구가 이제라도 자그마한 행복을 맛봤으면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09-0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