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덕수초등학교/함혜리 논설위원

[씨줄날줄] 덕수초등학교/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07-08-03 00:00
수정 2007-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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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초등학교 5학년인 상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방과 후 친구들과 학교 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다. 놀다 보면 다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신나게 달리고, 공을 차는 것은 정말 재미나다. 그런데 2일 학교에서 만난 상윤이는 풀이 잔뜩 죽어 있다.8월의 뙤약볕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를 엄마에게서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 운동장을 빼앗아 간대요. 운동장에 민주화, 뭐라던가? 하여간에 무슨 건물을 지어야 한대요. 그러면 안되는데….”

서울 중구 정동의 덕수초등학교가 개교한 것은 1912년 4월1일이다. 경성여자공립보통학교에서 1952년 10월 서울덕수국민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옆에 있던 경기여고가 강남으로 이사가고, 도심이 재개발되면서 고층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교목(校木)인 느티나무처럼 꿋꿋하게 이 자리를 지켰다.5년 뒤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이 학교가 요즘 유독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교 운동장 때문이다.

사단법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덕수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땅에 2009년 완공 예정으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운동장은 옛 덕수궁의 의효전(懿孝殿)이 있던 자리다. 현재는 행정자치부 소유인 이 땅을 학교가 2004년부터 무상임대해 사용해 왔다. 운동장에서는 운동회, 바자회, 수업시간 체육활동, 축구학교 등이 이루어진다.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학교측은 무너질 것 같은 담장도 다시 쌓고, 바닥의 굵은 흙과 돌도 골라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올 여름방학 중 공사를 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3600만원도 지원받았는데 행자부가 기념관 건립을 이유로 공사허가를 보류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탄원을 내고, 교원단체가 반대성명을 내는 등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 학교 6학년인 이경은 어린이가 동창회 카페에 올린 글은 절절하다.“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고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면서 왜 우리가 뛰어 놀 운동장에다 민주화 기념관을 짓는다고 하세요? 제발 우리 운동장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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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08-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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