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부동산 문제와 대선후보들/이기철 산업부 차장

[데스크시각] 부동산 문제와 대선후보들/이기철 산업부 차장

입력 2007-07-18 00:00
수정 2007-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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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를 하고 명함을 건네면 사람들은 “어디에 출입하느냐.”고 묻는다.

“건설교통부.”라고 짧게 답하면 질문이 꼬리를 문다.

“아파트를 언제 마련해야 합니까?,‘반값 아파트’도 나온다는데요.”

“정부 정책으로 보면 아파트 가격이 계속 내릴 것 같은데, 올해 아파트를 사는 것이 좋습니까?”

“지금이라도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 할까요, 아니면 강북에 계속 눌러 살아야 되나요?”

부동산에 대한 질문은 끝이 없다. 궁금한 것도 많고, 관심도 높다. 질문을 요약하면 대체로 이렇다.

‘서울 강남권으로 입성하자니 자금이 많이 부족하다. 강북에 눌러 있자니 부동산 재테크에서 바보가 된 듯하다. 여태 정부 정책을 믿고 집값 하락을 기다렸는데, 내집마련은 허사인 것 같다.’

그러나 죄송스럽게도 시원하게 답변해 드릴 수가 없다. 어느 누구도 호쾌하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집값은 경제 논리 이상으로 심리(心理)가 많이 좌우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산 문제는 참으로 고약하다. 집 없는 서러움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도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외적인 영향이 크다. 부동산은 부자가 되는 지름길로 통한다. 사는 곳은 사회적 지위와 계급의 상징이 됐다. 부의 대물림을 위한 교육 여건도 큰 요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서는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읽힌다.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면 재건축·재개발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집값이 뛴다. 반대로 규제를 가한다고 하면 공급이 줄 것으로 믿고 오르는 형국이다. 동쪽으로 간다고 해도 뛰고, 서쪽으로 간다고 해도 뛰는 셈이다.

주택 문제에서 반항적 속성이 생긴 것은 과거의 학습 탓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 주택은 정부 입김에 좌우되지만 그 정책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보급률 100% 돌파 통계 함정에 빠진 적이 있다는 변명을 한다. 수요와 공급의 시기가 맞지 않다는 말도 늘어놓는다. 아파트는 오늘(현재) 부족한데 내일(미래) 공급한다. 수급 시차가 심할 경우 5∼6년에 이른다.

그러나 주택은 “빨리, 많이, 싸게” 공급해야 한다. 이런 기조의 정책이 수년간은 더 지속돼야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가 사그라질 것이다.

군사정권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체제 안정의 차원에서 접근했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봤다.“엄마, 또 이사가?”,“전세금 마련 못한 가장, 일가족 동반 자살” “국민 절반이 셋방살이”….1970∼80년대 신문 제목들이다.

이런 기사들이 신문을 장식할 때 대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최근 나오고 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결백하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잘 믿지 않는다. 과거 지도층의 거짓말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한국 최고 건설사의 최고경영자였다. 그런 그에게 부동산에서 투명성과 도덕성을 더욱 요구한다면 무리한 주문일까?

이참에 대선 레이스 참가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전국을 돌면서 선심성 개발 공약을 무책임하게 남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선 주자들이 선심성 공약을 늘어놓으면 땅값이 급등한 경우가 과거에 적지 않았다.

대선 주자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드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실행(實行)에서 쌓인다. 부동산 문제가 고약하지만 풀 수 없는 난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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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산업부 차장 chuli@seoul.co.kr
2007-07-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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