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학교에서는 우수한 여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생회장도 여자 아이들이 휩쓸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의 68%가 여성이란 발표도 있었다.
이미지 확대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
전통적인 남성산업인 건설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성 엔지니어들과 직원들이 특유의 부드러움과 치밀함을 바탕으로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성들의 능력이 갑자기 나아졌다거나 남성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리더십이 변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 전까지 엘리트 중심의 남성적이고 강한 리더십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성장이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단결하는 가치가 최고의 선으로 여겨져 왔다. 기업 역시 추진력 강한 직원을 모범적인 인재상으로 여겼고, 그러한 리더십을 중요시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강함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 저돌적인 추진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섬세함을 갖춘 인재가 높이 평가되는 시대가 됐다. 남성 위주의 인재상이 과거의 인재상이라면 최근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가진 양성형 인재상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변한 것이다.
이는 소비활동의 중심이 여성으로 옮겨가면서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다. 여성 소비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소비자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을 살 때 여성의 결정이 더 크게 반영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광고에서도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자극할 수 있어야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최근의 아파트 브랜드 광고들이 마치 화장품 광고처럼 여성스러워진 것은 이같은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섬세함을 가진 인재가 기업에서 중요해졌다.
이와 더블어 리더십도 변하고 있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이를 융합시켜 조직의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주는 상사가 존경받는 시대다. 감성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감성형 리더십은 최근 단적으로 기업들의 회식 문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에는 팀장 이하 전 직원이 영화나 뮤지컬을 함께 보러 가고 그 감상을 이야기하며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나누는 회식 자리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반강제적인 회식 문화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 그들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방향으로 회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감성형 리더십은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효과적이다. 외환위기를 이겨낸 기업들 중에는 인력과 사업 전반에 걸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핵심 인재들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 훨씬 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한 기업들이 많다. 실의에 빠져있을 직원들을 다독이고 포용하면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기를 살려주는 감성형 리더십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킨 것이다.
양성형 인재상과 감성형 리더십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진화해온 가치다. 우리사회도 이같은 변화의 흐름에 맞춰 성숙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
2007-07-0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