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사학법 재개정안 ‘지독한 대선놀음’ /나길회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사학법 재개정안 ‘지독한 대선놀음’ /나길회 정치부 기자

입력 2007-07-05 00:00
수정 2007-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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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상정해서 겨우 통과시켰는데 또 직권상정으로 이렇게 됐네.”

3일 사학법 재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를 단 4분 남겨 놓고 가결된 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는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 이후 계속된 한나라당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홀가분함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열린우리당의 상징과 같은 ‘개혁 법안’에 손을 댔다는 자괴감이 더 커 보였다.

사학법 개정안은 열린우리당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대표적인 법안이다. 직권상정이라는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법을 1년 반 만에 다른 당에 의해서도 아니고, 스스로 다시 직권상정을 통해 도돌이표를 찍은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학법 개정 당시 당내 형성됐던 긍정적 공감대를 이번 재개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사학법 재개정을 곱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는 열린우리당이 정치 논리만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다른 법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했을 때도 사학법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뚝심’을 발휘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빨리 털어버리고 가자.’는 식으로 ‘거침없는 타협’을 선택, 대선에 몰입된 정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 의원은 “사학법을 지키는 것보다 대통합과 대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전교조 표보다는 교회 표가 더 많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재개정이 ‘지독한 대선놀음’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치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내줘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사생결단식으로 추진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던 법조차 이렇게 무력하게 양보한 것도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 쉽게 합리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길회 정치부 기자 kkirina@seoul.co.kr
2007-07-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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