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통신 융합 추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2006년 하반기부터 주요 방송국과 영화사 등 콘텐츠 업체들이 인터넷 영상부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콘텐츠 업체들이 콘텐츠 보호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수동적·방어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사의 콘텐츠를 홍보·판매하는 채널로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전통 방송국들의 인터넷 입지는 크게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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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덕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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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덕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원
미국의 투자전문회사인 파이퍼 제프레이(Piper Jaffray)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영상사이트 점유율 순위에서 유튜브가 43.5%로 1위인 가운데,TV방송사들이 41%로 2위로 뛰어올랐다. 뒤이어 구글(26.5%),MSN(24.5%), 야후(22%), 마이스페이스(16.5%) 순이다.
이처럼 다량의 고급 영상콘텐츠가 인터넷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기존의 영상 유통구조에도 일대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두가지이다. 첫째,‘영화관 상영-DVD 발매-케이블·지상파 방송’등의 순서로 이어지던 전통적 영상 유통단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미 2006년 말 미국 통신업체 컴캐스트는 영화사들과 DVD 발매 당일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개봉 영화가 DVD 발매 이전에 DMB·인터넷 등을 통해 서비스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둘째, 인터넷 영상 플랫폼이 PC 중심에서 TV로 확대되고 있다.TV에서 대화면·고화질로 다양한 콘텐츠를 시간적 제약없이 즐기고 싶다는 니즈 때문이다.TV의 변화는 인터넷 대응에 소극적이던 가전업체들까지 대응에 나서게 하고 있다. 소니와 애플 등은 PC와 TV를 연결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 단말기를 내놓았고, 일본 TV업체 5개사는 올해 2월부터 TV에 특화한 인터넷서비스 ‘acTVila´를 개시했다. 일본 가전업계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직전 TV 판매경쟁에서 인터넷 VOD를 수신하는 고화질 TV가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TV 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풍부한 콘텐츠, 기기의 고도화, 신규 시청행태 창출, 비즈니스 모델 정립’의 4가지 요소가 선순환 메커니즘을 형성해야 한다. 우선 콘텐츠와 기기는 상호 유기적으로 발전하며 시장을 확대하므로 양적·질적으로 풍부한 콘텐츠 제공과 이에 맞는 기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기존 영상콘텐츠의 온라인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인터넷 고유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콘텐츠,UCC 발굴 등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다량의 영상 콘텐츠가 배출될 수 있도록 제작시장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저가에 영상물을 제작, 편집할 수 있는 기기, 장비시장의 발달, 인력 양성 시스템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인터넷 영상시장이 단순한 니치 마켓이 아니라 대중적 시장을 형성하려면 업계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탄탄한 수익모델 발굴과 새로운 시청습관으로의 정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는 신규 미디어서비스 도입을 지연시키는 제도적 장애요인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제도적 요인때문에 아직도 IPTV 서비스가 개시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것은 단순히 서비스 하나가 늦어지는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혁신의 정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권기덕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원
2007-04-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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