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결혼 격차/함혜리 논설위원

[씨줄날줄] 결혼 격차/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07-03-28 00:00
수정 2007-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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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결혼이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여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동서고금을 불문한다. 결혼에 대해서 명언을 남긴 사람으로 18세기 후반 영국의 문학비평가이자 작가인 새뮤얼 존슨을 꼽을 수 있다.

존슨은 부친의 헌책방 일을 거들며 10대 후반에 거의 모든 고전을 섭렵해 학자로서 자질을 키웠지만 가난 때문에 옥스퍼드 대학을 중도포기해야 했다. 학위도, 뚜렷한 자격도 없이 지방의 문법학교 교사로 근무하기도 하고 번역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나가야 했던 그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선택한 것은 결혼이었다. 결혼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던 그는 “결혼에는 많은 고통이 있지만, 독신에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는 소신을 갖고 26세에 20세 연상의 돈많은 과부와 결혼한다. 아내에 대해 평생 변함없는 애정을 지녔던 존슨은 이런 말도 남겼다.“단지 돈만을 위해 결혼하는 사람보다 더 나쁜 것은 없고, 단지 사랑만을 위해 결혼하는 사람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

결혼은 잘 해도 고민, 안 해도 고민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잘 하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최근 미국에서는 결혼이 새로운 계급간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케이 하이머위츠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결혼에 따른 빈부격차와 그 대물림 현상을 소개했다. 하이머위츠에 따르면 저학력자의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편부모 가정이 증가하는데 이들의 상당수가 흑인들과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 집중돼 있다. 빈곤층 편부모 가정은 정상 가정에 비해 자녀양육에 신경을 그만큼 덜 쓰게 되고, 자녀들은 온갖 사회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결국 그 자신도 편부모가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편부모 가정에 비해 양친 부모가 수익도 두배, 자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두배인 것이 결혼 격차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결혼을 잘 하면 누구든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인류는 결혼을 통해 이뤄진 가족제도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그 결혼제도가 새로운 계급간 격차를 만들어내는 함정이 되고 있으니 참 유감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03-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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