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가 저절로 태어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엄마와 아이가 한몸이 되는 처음 10개월은 서로 생체적 애착관계를 형성함과 동시에, 한 인간에게 잠재적 인성을 불어넣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초음파검사의 개척자인 영국의 의사 스튜어트 캠벨은 저서 ‘행복을 꿈꾸는 아이’에서 아이가 열 달동안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다. 처음 5주동안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던 생명체는 7주에 접어들면서 심장을 가진다고 한다.10주차에는 배아에서 태아로 성장하고,11주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맑은 눈이 생긴다.28∼29주가 지나면 바깥 세상의 소리와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더욱 신기한 점은 35주가 지나면 아빠가 누군지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비한 태아의 세계는 오직 엄마와 아이만 간직할 수 있는 비밀이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며칠 전 ‘난자만 제공하고 직접 임신·출산 과정이 없는 여성은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려 국제적 관심거리가 됐다. 무카이 아키(42·탤런트)라는 여성은 7년전 자궁암 수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자신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한 수정란을 미국 여성에게 이식해서 쌍둥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관할 행정기관에서 이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거부하자 소송을 걸었다는 것이다.‘난자 엄마’로만 남아 있어야 할 아키씨가 여간 애처로운 게 아니다.
대리모는 나라마다 허용 수준이 다르다. 한국이나 일본은 법적 규제는 없으나 윤리·도덕적으로 못하게 한다. 그래서 아키씨의 사연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열 달간 태아와의 교감을 빠뜨린 ‘죄’로 엄마가 될 수 없다면 너무 가혹하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불임부부에게 대리모와 시험관 아기, 제3자의 정자·난자 제공 등에 의한 생식권이 상당수 나라에서 보장되고 있다. 더구나 ‘가슴으로 낳은’ 아이도 확산되는 추세다. 잉태와 산고의 과정이 중요하긴 하나, 진정으로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에게 모권(母權)을 주는 게 인간적 도리가 아닐까 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초음파검사의 개척자인 영국의 의사 스튜어트 캠벨은 저서 ‘행복을 꿈꾸는 아이’에서 아이가 열 달동안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다. 처음 5주동안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던 생명체는 7주에 접어들면서 심장을 가진다고 한다.10주차에는 배아에서 태아로 성장하고,11주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맑은 눈이 생긴다.28∼29주가 지나면 바깥 세상의 소리와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더욱 신기한 점은 35주가 지나면 아빠가 누군지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비한 태아의 세계는 오직 엄마와 아이만 간직할 수 있는 비밀이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며칠 전 ‘난자만 제공하고 직접 임신·출산 과정이 없는 여성은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려 국제적 관심거리가 됐다. 무카이 아키(42·탤런트)라는 여성은 7년전 자궁암 수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자신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한 수정란을 미국 여성에게 이식해서 쌍둥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관할 행정기관에서 이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거부하자 소송을 걸었다는 것이다.‘난자 엄마’로만 남아 있어야 할 아키씨가 여간 애처로운 게 아니다.
대리모는 나라마다 허용 수준이 다르다. 한국이나 일본은 법적 규제는 없으나 윤리·도덕적으로 못하게 한다. 그래서 아키씨의 사연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열 달간 태아와의 교감을 빠뜨린 ‘죄’로 엄마가 될 수 없다면 너무 가혹하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불임부부에게 대리모와 시험관 아기, 제3자의 정자·난자 제공 등에 의한 생식권이 상당수 나라에서 보장되고 있다. 더구나 ‘가슴으로 낳은’ 아이도 확산되는 추세다. 잉태와 산고의 과정이 중요하긴 하나, 진정으로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에게 모권(母權)을 주는 게 인간적 도리가 아닐까 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3-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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