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미 관계 새 봄은 오는가?/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미 관계 새 봄은 오는가?/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입력 2007-03-09 00:00
수정 2007-03-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 이후 북핵 해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북·미간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본격적인 양자회담이 눈길을 끈다.‘2·13합의’ 이행을 위한 워킹그룹회의의 일환이지만, 북·미간 뉴욕 실무회담에선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문제, 적성국 교역금지법에 의한 경제제재 해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한 북핵폐기 초기이행조치 등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다뤄야할 거의 모든 의제를 다뤘다.

김계관 부상과 힐 차관보는 이구동성으로 “회담분위기가 아주 좋았고, 건설적이고 진지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만들 때와 유사한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북한이 핵실험이란 충격요법을 통해 미국을 자극했고, 미국도 대북정책 변화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양자회담 불가방침을 바꿔 지난 1월 베를린에서 북·미 양자접촉을 진행했고,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는 선 핵폐기 주장을 거둬들이고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해 북핵폐기의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잘못된 행동에 보상없다.’는 원칙도 후퇴해 금융제재 해제와 에너지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의 변화는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대한 현상유지정책에서 현상변경정책으로의 정책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는 미국이 다급한 사정을 반영해서 핵을 포기할 경우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북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미국의 변함없는 원칙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폐기(CVID)다.

핵실험 이전 미국은 무시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김정일 정권교체,‘북한위협론’에 따른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미·일동맹 강화 등에 주력했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에는 핵확산 방지와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북핵 해결을 늦출 경우 핵 보유고는 늘어나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한국전 종료선언 시사 발언 등을 통해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을 시사하고 북한의 핵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전 종료선언을 들고 나온 것은 북한에 핵을 버릴 수 있는 명분을 줄 테니 ‘김일성 유훈’에 따라 비핵화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주목할 부분도 북·미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메커니즘을 논의키로 합의함으로써 평화포럼 출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1970년대 초 미·중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1978년 등소평 등장 이후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경험에 비춰볼 때 북·미 적대관계 해소는 북핵해결의 지름길이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이 한국전 종료선언을 할 수 있다는 용의표시에 미국의 ‘진정성’이 있다면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과 관련한 놀라운 진전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남북한과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이 3국 정상회담 또는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을 각각 열어 한국전을 종료하고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다면 한반도 냉전구조는 급속도로 해체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2007-03-0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