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불혹(不惑)/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불혹(不惑)/황성기 논설위원

입력 2007-02-16 00:00
수정 2007-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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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으로 향하고 있건만 공자님 가르침 받들어 이순(耳順)이 도래할까 의문이 든다. 부질없이 망설이거나 무엇에 마음이 홀리거나 하지 않는 나이여야 할 터인데도 망설임은 커지고 홀리는 일도 적지 않다. 하늘의 뜻을 손톱만큼이라도 눈치채기는커녕 세상살이는 뭐가 뭔지 점점 모르겠다.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일 기미는 고사하고 속은 좁아져 조그만 일에도 화 내고 귀만 엷어질 따름이다. 나이를 헛먹은 것일까. 공자님이 틀린 걸까. 기원전 5세기 시절 인생 좌표에 불과하다고 위로해 보지만 가르침을 달성하기란 무리다.

시인 강윤후는 ‘불혹, 혹은 부록’에서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며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꿈과 희망을 30대까지 몽땅 까먹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불혹의 나이에 목차의 끝장을 넘기기엔 너무 아쉽다. 부록의 세월이 남아 있다고 하니 혹하고 혹해서 혹의 끝장을 봐야 불혹이 찾아올 것인가. 불혹답지 않은 40대의 고민은 이어진다.

황성기 논설위원

2007-02-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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