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승리지상주의를 경계하며/김영태 목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시론] 승리지상주의를 경계하며/김영태 목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입력 2006-12-22 00:00
수정 2006-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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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통령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대선예비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선거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언론에서도 연일 예비후보자들의 지지도와 당선가능성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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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목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김영태 목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대통령선거는 말 그대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후보자들이 당선을 위해 모든 힘을 쏟는 것 역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선거결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즉 선거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유권자들의 다양한 이해를 하나로 묶는 과정이며,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해를 표현하는 과정이다.

승리지상주의에서는 오로지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과정으로 이해되는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오로지 다수와 소수만이 있을 뿐이다. 패자는 선거 이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민주주의에서 소수는 무시될 수 없는 존재이다.

다가오는 17대 대통령선거가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과정이 중시되는 선거가 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지난 선거들을 돌이켜볼 때, 그리고 예비후보들과 정치권의 최근 행태를 볼 때 적지 않은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는 대선예비후보들의 강연 행렬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예비후보자들의 정치적 견해를 들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연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 강연을 들여다보면 후보들의 자기주장만이 난무할 뿐이다. 동원된 청중이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게다가 강연 자체보다 강연 이후 언론보도에 더 큰 관심을 쏟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괜히 강연정치라는 말이 회자되는 게 아닐 것이다.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도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과는 무관한 정계개편론은 승리지상주의의 단적인 사례이다. 한나라당 역시 지지율이라는 숫자놀음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유권자들은 그저 동원의 대상일 뿐, 이해를 조직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다. 국민들이 다가오는 1년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대선예비후보들과 정치권은 승리지상주의를 버려야 할 것이다. 국민들 역시 정치권이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아니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선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대선예비후보와 정치권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말고, 먼저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려 들으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소수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수와 승자의 의견만 존중되는 사회는 독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민들 역시 스스로를 구경꾼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지지도에 일희일비하는 정치권과 이를 부추기는 언론보도가 노변정담의 중심이서는 곤란하다. 자신들의 이해가 무엇인지 정치권에 명확히 전달하자. 그래야만 다가오는 17대 대통령선거가 선거문화를 바꾸는 역사적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김영태 목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2006-1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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