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금강산과 서울 강남/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금강산과 서울 강남/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06-12-05 00:00
수정 200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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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그렇게 좋습니까?” 금강산의 해금강에서 만난 북측 여성 안내원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던진 질문이다. 해금강의 절경에 넋을 잃고 있던 차에 갑자기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았다. 왜냐고 물으니 안내원은 “아버지가 통일되면 강남 가서 살겠다고 하셨다.”고 답한다. 하필 강남인 이유가 궁금했다.“강남은 날씨도 따뜻하고, 아주 살기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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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논설위원
이 ‘순박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순간 혼란스러웠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강남에서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하자 왜 그렇게 비싸냐는 질문이 금세 되돌아 온다. 올해 24세인 그 여성 안내원은 아직 결혼 전으로 부모님과 함께 3칸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북한에서는 가족 수에 맞춰 집을 당에서 제공해 주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고 했다.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하려면 입시제도의 문제점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사교육 문제와 아파트값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아예 포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땅과 집에 대한 집착과 부의 축재 수단이 된 부동산 열기를 설득력있게 설명할 자신도 없었다.

지난 주말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다녀왔다.1998년 겨울에 다녀온 뒤 이번이 두번째다. 그때는 유람선을 타고 갔지만 이번에는 육로로 갔다. 금강산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데 그 아래 세상은 그 사이 참 많이 바뀌었다. 특히 달라진 것은 북측 안내원들의 태도였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8년 전만 해도 안내원들과의 대화가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어렵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강남의 아파트값 폭등문제는 6자회담 예비접촉 결과나 북한의 핵실험 문제 못지않게 북측의 안내원들에게 큰 관심사항이었다. 구룡연 코스에서 커피를 팔던 안내원은 우리 일행이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서울에도 구(區)가 많지 않습니까. 서초, 강남, 송파구가 부자 동네 아닙니까?”라며 아는 체 했다.

어떻게 이렇게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 그 짧은 시간에 자기 재산 자랑을 하고 갔을 리도 없고, 강북에 사는 무주택자가 금강산에 와서 북측 안내원 붙잡고 신세한탄을 하고 갔을 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강남에 투기할 생각으로 정보를 얻었을까? 물론 아니다.

북측 안내원들 입에서 처음 강남 얘기를 들었을 땐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라고 여겼다. 속으로는 북한 사람들까지도 강남 좋은 줄 아는데 강남 집값이 안오르고 배기겠나 하는 생각마저 했다. 하지만 반복해서 들으면서 이게 아니다 싶었다. 아무래도 ‘교육’의 결과인 것 같았다.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현 정부의 정책 부실과 불신이 집약된 사례가 바로 강남의 아파트값 문제다. 이 문제를 자꾸 들춰내도록 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불만심리를 자극, 민심을 교란시키려는 전략일 수 있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도록 하기 위한 고도의 술수라면 억측일까. 그들의 주장대로 하면 자본주의는 강남아파트값 폭등을 부추겼고, 빈부격차를 심화시켰으며,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을 안겨줬다. 이유야 어찌됐든 강남의 아파트값 폭등 문제는 북한에서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었다.

온정각을 출발한 지 약 7시간 만에 강남 한복판에 도착했다. 금강산보다 더 먼 ‘갈 수 없는 나라’에….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6-12-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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