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난으로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가슴이 찔린다. 사랑을 나누는 손쉬운 운동에 동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서울신문을 보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그동안 피가 모자라는 데 대해 국민만 탓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99개 헌혈의 집 중 많은 곳이 주말은 물론, 평일 점심 시간과 저녁 6시 이후에 문을 닫아 헌혈 희망자들을 돌아서게 만든다. 또 편의 시설이 열악하고 헌혈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는 보건복지정책 모니터단이 엊그제 발표한 1차 모니터링에도 그대로 나타난다.5월에 발족한 모니터단은 ‘헌혈의 집 운영을 밤 9시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첫머리에 올렸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세계적으로 우리 국민이 헌혈에 인색하다느니, 헌혈자가 급감해 큰 일이라느니, 헌혈을 하고 휴가를 떠나자느니 하며 한탄과 읍소를 반복해왔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물론 일부 헌혈의 집은 평일에도 8시까지 문을 열고, 토·일요일에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또 직원들도 노동관계법으로 보장된 근로조건을 누릴 권리가 있다. 지난 22일부터는 근로조건 개선을 내걸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어 상황이 더 나쁘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인력과 근로시간만큼은 탄력적으로 운용해 헌혈 희망자들을 그냥 돌아서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헌혈의 집 직원들이 사는 길이고, 헌혈하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도리이다.
2006-08-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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