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중국 윈난성 사진가협회와 베이징 민족화보사 초청으로 중국 윈난성 스린, 쿤밍 등지를 10일간 촬영하고 돌아왔다. 현재 윈난성 당국은 그 지역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프랑스·캐나다를 비롯한 7개국의 저명 사진가들을 초청, 모든 경비를 대주면서 촬영하게 하고 저녁마다 현지의 시장 등 주요인사들이 주최한 만찬을 베풀어 주기도 했다. 또한 외국사진가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가지고 ‘외국인의 눈으로 본 스린’이라는 사진전을 열고 출판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행사에는 중국 윈난성 출신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소수민족문화과 황교수도 동행했다. 그는 만찬이 있을 때마다 우리민요인 아리랑과 도라지 등을 부르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특히 시장 등의 중요한 사람과의 만찬이 있을 때에는 으레 나를 개인적으로 소개시켜 주며, 건배를 하게 하는 등 특별한 배려를 해 주기도 했다.
쵤영여행 중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스린시 공설 운동장에서 열린 ‘횃불 축제’였다. 횃불을 피워 악귀를 쫓아낸다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풍습인데 점점 규모가 커져 이제는 국제적인 행사가 됐다고 한다. 각 지역에서 온 소수민족들이 나와서 저마다 전통무용과 민속음악을 연주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벌판 곳곳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민속음악에 맞춰 남녀노소가 하나 돼 손에 손을 잡고 원무를 추는 것이었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따라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내 수백 명으로 늘어 났다. 모닥불을 가운데에 놓고 서로 손을 잡고 돌다 보니, 문득 자석을 돌려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기가 생각났다. 그들의 에너지는 마치 발전 모터처럼 대단했다. 그렇게 불 주위를 몇 시간씩 돌며 춤을 춰도 힘이 들지 않는지 그들의 몸짓은 더욱 격렬해졌다. 주술의 힘이라도 얻은 것일까.
나는 새삼 중국 소수민족들의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느꼈다. 행사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을 먹으면서 동행한 황교수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국과는 ‘형제 나라’이니 앞으로 자주 찾아 오라고 했다. 내가 이번 가을에 베이징 전시 준비를 위해 다시 올 예정이라고 했더니, 그는 언제라도 오면 자기에게 꼭 연락하라며 숙식까지 제공하겠다면서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 이후에 만난 베이징의 사진관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상하이 푸단 대학의 교수들이나 중국 사진화랑에 관계하는 사람 모두 대단한 친밀감을 표하며 전통적인 우방임을 과시했다.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이런 환대는 미처 받아 보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은 강대국 행세를 하며 주변 국가인 한국이나 일본의 사진가들은 잊어버린 듯했다. 서양의 사진가들만 초청해 중국을 촬영하게 한다는 소식을 이미 들은 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는 한국인 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특집으로 내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면 왜 중국사람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양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더욱 친밀감을 보이는 것일까. 지난 수천년 동안 한국은 중국에 침략만 받았지 한국이 중국을 침략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이기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일 뿐 아니라 과학·문화·체육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들은 대부분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 급속한 현대화를 이룬 나라,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내에서 세계 각국의 브랜드 가치를 조사했는데 삼성이 미국 등 각국의 내로라 하는 브랜드를 물리치고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선정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보이는 친밀감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우리로서나 그들로서나 그것이 어느 일방에 대한 ‘억지 짝사랑’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교수 ·사진작가
이 행사에는 중국 윈난성 출신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소수민족문화과 황교수도 동행했다. 그는 만찬이 있을 때마다 우리민요인 아리랑과 도라지 등을 부르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특히 시장 등의 중요한 사람과의 만찬이 있을 때에는 으레 나를 개인적으로 소개시켜 주며, 건배를 하게 하는 등 특별한 배려를 해 주기도 했다.
쵤영여행 중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스린시 공설 운동장에서 열린 ‘횃불 축제’였다. 횃불을 피워 악귀를 쫓아낸다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풍습인데 점점 규모가 커져 이제는 국제적인 행사가 됐다고 한다. 각 지역에서 온 소수민족들이 나와서 저마다 전통무용과 민속음악을 연주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벌판 곳곳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민속음악에 맞춰 남녀노소가 하나 돼 손에 손을 잡고 원무를 추는 것이었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따라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내 수백 명으로 늘어 났다. 모닥불을 가운데에 놓고 서로 손을 잡고 돌다 보니, 문득 자석을 돌려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기가 생각났다. 그들의 에너지는 마치 발전 모터처럼 대단했다. 그렇게 불 주위를 몇 시간씩 돌며 춤을 춰도 힘이 들지 않는지 그들의 몸짓은 더욱 격렬해졌다. 주술의 힘이라도 얻은 것일까.
나는 새삼 중국 소수민족들의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느꼈다. 행사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을 먹으면서 동행한 황교수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국과는 ‘형제 나라’이니 앞으로 자주 찾아 오라고 했다. 내가 이번 가을에 베이징 전시 준비를 위해 다시 올 예정이라고 했더니, 그는 언제라도 오면 자기에게 꼭 연락하라며 숙식까지 제공하겠다면서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 이후에 만난 베이징의 사진관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상하이 푸단 대학의 교수들이나 중국 사진화랑에 관계하는 사람 모두 대단한 친밀감을 표하며 전통적인 우방임을 과시했다.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이런 환대는 미처 받아 보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은 강대국 행세를 하며 주변 국가인 한국이나 일본의 사진가들은 잊어버린 듯했다. 서양의 사진가들만 초청해 중국을 촬영하게 한다는 소식을 이미 들은 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는 한국인 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특집으로 내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면 왜 중국사람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양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더욱 친밀감을 보이는 것일까. 지난 수천년 동안 한국은 중국에 침략만 받았지 한국이 중국을 침략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이기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일 뿐 아니라 과학·문화·체육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들은 대부분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 급속한 현대화를 이룬 나라,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내에서 세계 각국의 브랜드 가치를 조사했는데 삼성이 미국 등 각국의 내로라 하는 브랜드를 물리치고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선정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보이는 친밀감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우리로서나 그들로서나 그것이 어느 일방에 대한 ‘억지 짝사랑’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교수 ·사진작가
2006-08-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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