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고건 전 국무총리가 정치세력 결집을 선언했다. 다음달 ‘희망한국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실용개혁’을 지향하는 정치결사체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참패 속에 유력한 대선주자인 그의 신당 추진은 정치권을 개편의 격랑으로 몰고가기에 충분하다. 이미 민주당은 고 전 총리 영입 의사를 공식화했고, 구심점을 잃은 열린우리당에서도 그를 중심으로 한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론 지지도에서 선두다툼을 벌이는 그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선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아니 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면 마땅히 정치권에 뛰어들어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참패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정치세력의 깃발을 뽑아든 행태는 유감이다. 총리 퇴임 후 그간 물밑으로 정치기반을 넓히며 때를 기다려 온 행보를 감안할 때 다분히 기회주의적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정당을 만들 생각은 없으며 중도 실용주의 개혁을 같이할 사람은 누구와도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최대한 몸집을 가볍게 해 정계개편에 능동적으로 임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에 참패를 안겨준 민의는 정치판을 새로 짜라는 명령이 아니다. 그간의 실정을 반성하고 남은 기간 국정을 올바로 이끌라는 채찍이다. 참여정부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처지에서 집권세력의 위기를 자신의 입지 확대의 발판으로 삼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중도개혁연대라는 모호한 정체성을 내세워 퇴행적 지역연합을 꾀하려 한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정치상황에 맞춰 운신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자신의 정치이념과 비전을 제시하고 세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2006-06-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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