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칼 로브/한종태 논설위원

[씨줄날줄] 칼 로브/한종태 논설위원

한종태 기자
입력 2006-04-21 00:00
수정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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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의 오른팔이니 왼팔이니 하는 핵심측근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다. 간혹 자신이 모시는 ‘윗분’보다 더 힘이 센 경우도 있었으니 그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온갖 연줄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려 공민왕 때의 신돈이 그랬고 조선 세조 때의 한명회가 그랬다. 김영삼 정부의 이원종씨와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씨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겠다. 두 사람은 청와대 수석 시절 ‘왕수석’으로 통했다. 이씨는 김현철씨 사건으로 중도하차했고 박씨는 끝까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신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서 이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이다. 적법성 시비에 휘말리며 간신히 백악관에 입성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2004년 재선에도 성공한 선거전략이 모두 로브의 두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분법에 기초한 선택과 집중 기법이다.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강경 보수주의 정책이 로브의 아이디어다. 그 결과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 대법원을 모두 장악했는데, 이는 미국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때 공화당에서는 루스벨트나 아이젠하워, 레이건 등 공화당이 자랑하는 역대 재선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부시가 해냈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바 있다. 공화당의 베테랑 선거 컨설턴트 스튜어트 스티븐스조차도 칼 로브가 부시 캠페인의 시작이며 끝이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만큼 로브의 비중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오죽하면 ‘칼 로브의 부시’라고 할 정도였겠는가.

그런 로브가 이번에 역할이 축소됐다.5년만에 이뤄진 대폭적인 백악관 진용 개편에 따라 정치고문 역할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다.30%대로 떨어진 부시의 지지율, 의회와의 갈등,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는 국내정책 등 얽혀 있는 난제가 로브의 역할 축소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오는 11월에는 상·하원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금 예상대로 공화당이 참패하면 부시의 레임덕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나치게 강경한 이미지가 결국 부시에겐 짐이 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심과 더불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자세를 갖는 것만이 측근의 정도(正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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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2006-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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