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이명박 시장의 원죄/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명박 시장의 원죄/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06-04-11 00:00
수정 2006-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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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제주도 출장을 가 산에 있는 전원형 주택에서 숙박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퇴직자 부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1층은 레스토랑과 주방이,2층엔 투숙객을 위한 방이 마련돼 있었다. 밤에는 몰랐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신세계에 온 느낌이었다. 창문 너머로 맑은 공기와 함께 산새가 지저귀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비쳤다. 이런 신기한 일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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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편집 부국장
임태순 편집 부국장
서울시청 터에는 최근 ‘반짝공원’이 생겼다. 서울시가 최근 청사를 새로 짓기 위해 본관건물을 제외한 부속건물을 허물자 널찍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중충한 건물이 사라지면서 시야가 탁 트이고 햇빛을 받게 되자 도심 직장인들은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마음이 시원할 수 없다.’며 청사철거를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공원은 청사신축 건설업자가 선정되고 공사가 재개되면 없어질 ‘시한부’ 공원이다. 그러나 그냥 뒀으면 하는 시민들의 바람은 식지 않는다. 최근에는 시원한 노송과 함께 산수유꽃, 벚꽃이 어우러져 근사한 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새들이 산수유나무와 벚나무를 오가면서 지저귀어 이러다 정말 도심 사무실에서 새소리를 듣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진다.

중이 제머리 깎는 것 같아 쑥스럽지만 서울시청사 뒤터를 그냥 둬야 할 이유는 많다. 우선 시민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이명박 시장의 원죄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공약대로 청계고가를 허물고 청계천을 복원했다. 청계천에는 직장인, 장노년층, 아베크족, 학생 등 각계 각층 사람들이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 사시사철 찾고 있다. 그는 또 서울광장과 숭례문광장을 새로 조성하고 지하도, 육교 대신 지상 횡단보도를 만들어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개발에 찌든 시민들에게 사람우선, 환경우선의 의식을 심어줬다. 그렇게 길들여진 시민들에게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은 먹혀들 것 같지 않다.

또정도(定都) 600년이라는 서울의 무게와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쓸데없이 크게 지어 허장성세해서도 안 되겠지만 새 청사는 21세기 시대정신,600년 역사 등이 어우러진 수도서울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이전의 조순, 최병렬, 고건 시장 등이 청사신축에 나섰다 매듭짓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현 청사 부지는 협소하다. 설사 완공돼도 여기저기 있는 청사 사무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청사신축 공청회를 수요자보다는 건축업자 등 공급자 중심으로 개최했다는 절차상의 하자 외에도 현 서울시청사는 1926년 우리나라를 강제병탄한 일본이 조선왕조의 기를 누르기 위해 건설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용산미군기지가 이전하고 세종로청사가 비는 등 청사부지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변수가 많이 생겼다. 또 청사신축도 아직 업자가 선정되지 않는 등 초기단계여서 부담이 많지 않다.

물론 서울시 공무원들로선 청사신축 계획이 중단되면 언제 청사가 신축될까 하는 걱정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청사가 철거된 마당에 신축문제를 무한정 방치할 순 없기 때문이다. 떠돌이 생활을 시민들에게 강요할 강심장 시장은 없다.

이명박 시장도 청사를 증개축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새 청사는 새 시장의 몫으로 남겨두는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시장의 결자해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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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06-04-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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