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아닐땐 향응받아도 된다’는 주장

[사설] ‘현직 아닐땐 향응받아도 된다’는 주장

입력 2006-04-03 00:00
수정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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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에 걸친 로비 의혹으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재록씨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추가됐다. 그가 아서앤더슨 사의 한국 지사장으로 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김씨에게서 올림픽 참관 티켓과 항공편을 제공받아 부부동반으로 현지 관광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봉균 의장은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공직에서 떠난 뒤 이뤄진 일이므로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강 의장의 이같은 주장이 지극히 비상식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강 의장과 이 전 부총리가 그때 공직을 떠나 있긴 했지만,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들이 언젠가 국정의 주요 직책에 복귀할 가능성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뒤 강 의장은 재선 국회의원에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됐으며, 이헌재씨는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그런데도 현직이 아니라고 해서 1인당 최소한 수백만원이 소요될 올림픽 관광을 부부동반으로 다녀온 것이 문제될 수 없다고 주장한단 말인가.

강 의장과 이 전 부총리가 받은 ‘시드니 향응’이 업무와 전혀 상관 없다는 주장을 우리는 믿기 힘들다. 다만 그같은 향응이,2000년 이전 공직 재직시 혜택을 베푼 데 따른 ‘사후 대가성’인지, 아니면 고위직 복귀에 대비한 ‘사전 보험용’인지를 우리가 모를 뿐인 것이다. 이는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당시 출입국 기록 등을 확인, 김재록씨와 동반해 시드니 여행을 한 사람들의 명단과 그들의 로비 연루 가능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아울러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은 비록 공직에서 잠시 물러나 있을 때라도 처신을 어찌해야 할지 이 사건을 계기로 깊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2006-04-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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