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기술개발에 올인하는 중국/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기술개발에 올인하는 중국/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06-04-01 00:00
수정 200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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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신문을 읽다 보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단어 중 하나가 ‘科學發展觀’이다. 한마디로 독자기술 개발체제를 확립해 자기 기술과 상표로 세계 시장을 석권해보자는 것이다. 중국이 과거 개혁개방을 통해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났다면, 이제는 과학발전관을 통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해 보자는 의미이다. 중국이 양적인 성장단계를 벗어나 이제는 질적인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후진타오 주석 개인적으로도 개혁개방이 덩샤오핑을 역사적 인물로 만들었듯 과학발전관이 자신을 위대한 중국 지도자로 각인시켜 주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과학발전관은 중국이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성장전략과 기술개발정책에 대한 강한 자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외자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 즉 ‘시장과 기술 교환’ 전략이 겉만 화려했지 실속은 없는 외화내빈형 성장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중국 수출 중 58%를 외자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산업에 있어 외자기업 수출 비중은 85% 이상이다. 수출을 통해 창출한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외자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단지 토지와 노동력에 대한 몫만 챙기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기술개발을 최고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 정책으로 ‘산업구조 고도화정책’과 ‘2020년 국가 중장기 기술개발전략’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최근 전인대에서 확정된 제11차 5개년 계획에서도 기술개발은 당연히 6대 핵심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중국정부의 기술정책 방향과 특징들을 살펴보면 첫째, 정책 목표가 단순한 기술입국이 아닌 초강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대상 업종이 제조업은 물론 농업, 국방, 과학을 망라한다. 제조업에서는 일본과 한국을 추월하기 위해 전통산업과 첨단기술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공업화의 길이 모색되고 있다.

둘째, 기술개발에 있어 주체성 또는 독립성이 강조되고 있다. 당연히 외자기업보다는 중국 국내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으며, 독자 브랜드 개발이 최우선시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해외 M&A를 통해 기술을 통째로 사자는 구상도 포함되어 있다. 셋째, 통합의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우선 군과 민간의 통합 필요성을 역설한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군과 국방과학의 역할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통합의 개념에는 외자기업들로부터 입수한 조각조각 분산되어 있는 기술들을 퍼즐게임 맞추듯 재합성하여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정부의 기술개발 올인 정책이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설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선 중국의 기술추격이 한층 빨라지면서 가뜩이나 구조조정에 숨 가쁜 우리 기업들을 더욱 몰아칠 것이다. 그러나 항상 위기는 기회를 수반한다.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는 만큼, 우리의 시장을 잠식하는 만큼 우리도 기술개발을 통해 일본과의 경쟁 영역을 확대하고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중국 기술개발은 결국 우리의 대중 수출구조 고도화를 요구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국이 단기간에 국산화하기 어려운 부품과 소재산업에서 승부수를 찾아야 한다. 기술집약형 중견기업 육성과 더불어 원천기술이 내재된 부품과 소재, 복사가 어려운 기술의 블랙박스화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유출되고 있는 우리 기술, 특히 인간에 체화되어 있는 노하우의 해외 유출 방지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국 현지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 중국정부의 정책변화에 좀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중국시장에서 가전산업을 완전 평정한 중국 국내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물론 심지어 자동차산업에서도 중국기업들의 추격이 매섭다. 인재와 브랜드, 연구개발의 현지화 등을 포함하여 중국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6-04-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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