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분노 유전자/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분노 유전자/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6-03-23 00:00
수정 200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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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인구 65억명 가운데 외모가 닮은 사람은 많겠지만,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육안 식별이 어려운 쌍둥이도 자세히 보면 어느 구석이 달라도 다르게 마련이다.10만개로 추정되는 유전자의 조합이 완벽하게 일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인간복제(클론)가 성공한다면 외모가 100% 똑같은 사람이 나올 수는 있겠다. 그러나 유전형질의 외적 영역이자, 개인의 의지에 따라 완성되는 성품까지 똑같게 복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한다.

7∼8년 전에 나온 SF영화 ‘가타카’는 ‘사람 팔자는 유전자 소관’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빈센트’(에단호크 분)는 우수 유전자만을 뽑아 사람을 만드는 맞춤형 인간시대에 엄마·아빠의 사랑만으로 태어난다. 열성과 우성 인자가 섞인 빈센트는 그 시대 상황에서는 열등인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학적 운명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서 맞춤형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우등인생을 누린다는 줄거리다. 이 영화는 ‘자연산’이 ‘인공산’보다 신체적 조건은 처질지 몰라도 품성은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때마침 외신에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모노아민 옥시다제A’라는 변이유전자의 영향 때문이라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린덴버그 박사의 연구를 소개했다. 이런 변이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분노와 두려움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보통 사람보다 작아 충동억제능력이 뒤떨어진다고 한다. 변이유전자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서 뇌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뇌의 신경계에서 기분조절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려면 햇볕쬐기, 음식조절, 운동, 규칙생활, 완벽주의 탈피 등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세로토닌이 너무 많으면 성생활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하니 모든 일에는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법. 아무튼 사소한 일에 버럭 성질부리는 게 유전적 고질병은 아니라니 다행이다. 모난 성격이 인생이나 운명을 바꾸는 사례가 많은 요즘이다. 생김새는 몰라도 마음 씀씀이까지 조상을 탓할 일은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3-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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