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신농촌 건설 추진하는 중국의 고민/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열린세상] 신농촌 건설 추진하는 중국의 고민/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입력 2006-03-11 00:00
수정 2006-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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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정가의 최대 화두는 농촌 살리기이다. 마치 중국의 미래가 농촌에 걸려 있는 듯이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농민 생활 향상과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늘로서 일주일째에 접어든 제10기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제4차 회의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행한 개막연설과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공작 보고도 농촌문제를 주제로 다루었다. 또 이 대회에서 채택될 11차 5개년계획(11·5계획) 역시 농촌문제 해결이 그 핵심 내용이다.

후진타오나 원자바오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도 농촌과 농민과 농업의 이른바 3농 문제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경제의 지속성장은 물론 정치적 안정과 정권의 정통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농민이 편안하면 천하가 편안하다는 ‘농민안 천하안(農民安 天下安)’이라는 공자의 말을 상기할 필요도 없다.

농민계급은 중국 공산당 혁명의 주축이었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의 개혁개방 초기에만 해도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부의 축적이 이루어졌고 이를 발판으로 기록적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농민들도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기 사작했다. 외국자본이 몰려들면서 연안 지역의 도시들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도·농 간의 격차도 하루가 다르게 벌어져 갔다.

농사일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수많은 농민이 도시로 몰려나가면서 농촌의 황폐화가 가속되는, 농민공(農民工)의 맹류(盲流)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났다. 게다가 농촌에 남아 있던 농민들은 높은 세금과 형편없는 의료·교육시설에 시달렸다.

그러다 개발 붐을 타고 도로와 공장 등 산업시설이 들어오면서 땅과 집을 날리게 되자 드디어 집단행동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군집성 시위가 확산되었다. 경제성장의 주역을 자부하던 농민들이 그 성장의 최대 피해자로 몰락해 버린 것이다.

작년 한해만 해도 농민들의 시위가 8만 7000건에 달했다.2004년에는 7만 4000건이었다. 광둥성의 한 어촌에서는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진압경찰이 총을 쏘아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농촌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소외계층 전체의 정치·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해결책은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건설이다. 이를 위해 금년에 국방예산보다 더 많은 한화 42조원에 해당하는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농민세를 폐지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혜택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당연한 일이다. 후진타오는 경력의 대부분을 낙후지역에서 근무했고, 원자바오는 낙후지역에서 근무했을 뿐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농업 전문가이다. 그리고 11·5계획이 끝나고 2년 후인 2012년에는 이들 4세대의 임기도 끝난다.

그런 의미에서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는 농촌문제 해결에 가장 적임자일 뿐 아니라 농촌문제 해결이 바로 그들의 치적을 평가하는 최대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새로운 농촌의 건설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경제문제 전체와 연계되어 있는 게 3농문제이다.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한다지만 고도성장을 희생할 수도 없는 게 4세대 지도부의 고민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서부 대개발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었지만 지역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부정부패도 정치체제 속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에 발본색원이 어렵다.

최근에 후진타오가 말하는 ‘8영(榮) 8치(恥)’가 바로 그렇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8가지씩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자세와 태도를 강조할 뿐 부패의 근원적 제거책은 아니다.

결국 4세대 지도층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구하는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계획도 사회주의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운동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2006-03-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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