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20㎞쯤 떨어진 곳에 코벤트리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고디바 백작부인의 전설이 깃든 곳이자, 관음증 환자를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의 ‘고향’이다.11세기 남편인 코벤트리 영주 레오프릭 3세의 세금 착취를 알몸시위로 막은 여인. 거절할 것으로 생각하고 내건 남편의 조건을 받아들여 고디바는 알몸으로 말에 올라 성 안을 한바퀴 돌았고, 결국 마을주민들을 세금 착취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고디바의 따뜻한 마음에 주민들은 그녀의 알몸을 절대 보지 말자고 약속했으나 단 한 명, 톰이 이를 어기고 몰래 그녀를 훔쳐보다 눈이 멀게 됐다는 전설이다.
천년이 지난 지금 코벤트리는 숭고하면서도 에로틱한 이 고디바의 동상으로 적지 않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를 훔쳐본 톰은 한술 더 떠 관음증의 대명사로, 수많은 영화와 문학, 미술의 단골 소재가 돼 왔다. 세계의 유명 향락지마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톰’들이 구멍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7개월 만에 1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30대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회원으로 가입해 알몸을 보여주고 돈을 번 여성만 5000여명이고, 이들과 채팅한 남성들은 수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은 음란화상채팅 사이트만도 국내에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회원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우리의 주위사람들이다. 사무실 옆자리 동료일수도 있고, 동네 비디오가게 주인, 심지어 다니는 병원의 의사·간호사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경험상 성인 3명중 1명은 음란화상채팅 경험이 있다고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중세유럽의 톰에게 21세기 한국은 천국이다. 성적 담론을 거북해 하는 전통 유교문화에 카메라폰과 초고속 인터넷망, 가정마다 보급된 PC 등 첨단기술이 결합돼 수많은 ‘피핑 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 본능에 대한 해답없는 질문일지 모르나 이제라도 사이버 섹스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때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적인 오프라인 성범죄의 온상인가, 아니면 대리만족의 배출구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천년이 지난 지금 코벤트리는 숭고하면서도 에로틱한 이 고디바의 동상으로 적지 않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를 훔쳐본 톰은 한술 더 떠 관음증의 대명사로, 수많은 영화와 문학, 미술의 단골 소재가 돼 왔다. 세계의 유명 향락지마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톰’들이 구멍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7개월 만에 1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30대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회원으로 가입해 알몸을 보여주고 돈을 번 여성만 5000여명이고, 이들과 채팅한 남성들은 수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은 음란화상채팅 사이트만도 국내에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회원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우리의 주위사람들이다. 사무실 옆자리 동료일수도 있고, 동네 비디오가게 주인, 심지어 다니는 병원의 의사·간호사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경험상 성인 3명중 1명은 음란화상채팅 경험이 있다고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중세유럽의 톰에게 21세기 한국은 천국이다. 성적 담론을 거북해 하는 전통 유교문화에 카메라폰과 초고속 인터넷망, 가정마다 보급된 PC 등 첨단기술이 결합돼 수많은 ‘피핑 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 본능에 대한 해답없는 질문일지 모르나 이제라도 사이버 섹스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때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적인 오프라인 성범죄의 온상인가, 아니면 대리만족의 배출구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6-03-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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