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건망증/이목희 논설위원

[길섶에서] 건망증/이목희 논설위원

이목희 기자
입력 2006-02-25 00:00
수정 2006-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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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간부인 한 선배가 알코올성 건망증을 한탄했다. 어느 날 아침 작취미성이어서 차를 몰고 출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택시도 안 잡혀 합승을 시도했다. 회사가 위치한 곳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손님을 태운 택시가 지나갈 때 ‘충정로’라고 외쳐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 나더라고 했다. 예닐곱대를 보낸 후 마침 빈 택시가 와서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음주 때문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은행 창구에서 카드 변경을 하는데 신상 정보를 요구했다. 주민등록번호까지는 괜찮았으나 휴대전화 번호에서 막혔다. 가끔 집 전화번호를 잊는다는 선배·동료 얘기를 듣고도 남의 일이려니 했다. 요즘 들어 114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답답함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전화를 끊으면 방금 전에 외운 번호가 생각나지 않곤 했다.

다른 선배가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풀이해줬다. 숫자 등 구체적인 내용을 외우는 데 약해진다. 시간 개념이 둔해진다. 수십년전 경험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면서, 직전 일은 잊어버린다. 가장 문제는 잘못 입력된 기억을 쉽게 정정하지 못하는 것. 그는 건망증이 고집스러움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02-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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