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대기업 회장이 항소심에서 사회봉사명령이 추가되자 이례적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에게 서울고법이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1심형량 외에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추가했다.1심 형량을 2심에서 깎아주던 관행과 달리 처벌이 무거워졌고 대기업 회장에게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여전히 일반인의 법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화이트 칼라형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생활고로 절도죄를 지은 사람은 징역형에 처해지고 거액을 빼돌린 기업인, 공무원 등은 관대하게 처벌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번 전 회장건도 마찬가지다. 부도상태에서 회사돈을 빼돌려 주택을 사고 처에게 급여를 주는 등 죄질이 나빴지만 그에겐 고작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미국의 투기자본 아이칸이 KT&G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데에서 보듯 외국계 투기자본의 인수·합병 위협이 가시화되는 현실에서 기업총수를 무조건 인신구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재판부도 사기·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처벌효과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되면서 투명경영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범법자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2006-0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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