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극장의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146일 이상’에서 ‘73일 이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이른바 스크린쿼터를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하자 영화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안성기 장동건 최민식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연달아 1인 시위를 벌이더니 지난 8일에는 영화인들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장외집회까지 열었다. 이와는 별도로 영화인들은 남산의 감독협회 사무실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영화인들이 맞서고 있지만 국민의 시선은 예상 외로 차분한 것 같다. 수년 전에 동일한 문제로 영화인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에 비하면 김이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저기 사이버광장에 들어가 보면 영화인들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거나 냉소를 보내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반응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미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경제논리상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보편화한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점차 일본 중국 또는 인도 상품에 밀려 1988년 5%대에 근접하던 미국시장 점유율이 2005년에는 그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제인들은 한·미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우리가 미국시장을 되찾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반발이 예상보다 미지근한 둘째 이유는 의무상영 일수를 반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끼치는 영향이 대수로울 것 같지 않다는 낙관론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시장에서 우리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를 까맣게 따돌리고 당당하게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시장논리에 맡겨놓아도 극장업자들이 굳이 우리 영화를 외면하고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 영화가 전성기라고 해도 될 만큼 호조를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 덕에 표현의 자유가 한껏 보장되고 자본주의의 성장으로 영화제작에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스크린쿼터 요인도 조금은 보탬이 됐겠지만 그 영향력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영화인들은 종래와 같은 전면적인 반발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옳고 그르고의 문제를 떠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것도 그런 예에 속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차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일이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우리 영화의 어제를 반추하고 오늘을 점검하여 이를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전기로 삼는 지혜가 아쉬운 것이다.
그러나 영화인들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기 전에 정부 당국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시치미 뚝 떼고 밀실에서 뒷거래를 다 해놓고, 마치 국회에서 날치기 하듯이 불쑥 스크린쿼터 축소를 발표한 행태에 대해 영화인과 국민 앞에 사과하는 일이 그것이다.
의제 자체가 일국의 문화주권과 직결된 것일 뿐만 아니라 영화인들로서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이므로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한 토론과 설득을 시도했어야 마땅하다. 그것을 외면한 것은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것이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외면한 것이다. 국민은 정책의 실패에는 관대할 수 있지만 국민에 대한 오만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스크린쿼터 축소에 영화인들이 맞서고 있지만 국민의 시선은 예상 외로 차분한 것 같다. 수년 전에 동일한 문제로 영화인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에 비하면 김이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저기 사이버광장에 들어가 보면 영화인들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거나 냉소를 보내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반응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미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경제논리상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보편화한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점차 일본 중국 또는 인도 상품에 밀려 1988년 5%대에 근접하던 미국시장 점유율이 2005년에는 그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제인들은 한·미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우리가 미국시장을 되찾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반발이 예상보다 미지근한 둘째 이유는 의무상영 일수를 반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끼치는 영향이 대수로울 것 같지 않다는 낙관론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시장에서 우리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를 까맣게 따돌리고 당당하게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시장논리에 맡겨놓아도 극장업자들이 굳이 우리 영화를 외면하고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 영화가 전성기라고 해도 될 만큼 호조를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 덕에 표현의 자유가 한껏 보장되고 자본주의의 성장으로 영화제작에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스크린쿼터 요인도 조금은 보탬이 됐겠지만 그 영향력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영화인들은 종래와 같은 전면적인 반발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옳고 그르고의 문제를 떠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것도 그런 예에 속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차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일이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우리 영화의 어제를 반추하고 오늘을 점검하여 이를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전기로 삼는 지혜가 아쉬운 것이다.
그러나 영화인들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기 전에 정부 당국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시치미 뚝 떼고 밀실에서 뒷거래를 다 해놓고, 마치 국회에서 날치기 하듯이 불쑥 스크린쿼터 축소를 발표한 행태에 대해 영화인과 국민 앞에 사과하는 일이 그것이다.
의제 자체가 일국의 문화주권과 직결된 것일 뿐만 아니라 영화인들로서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이므로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한 토론과 설득을 시도했어야 마땅하다. 그것을 외면한 것은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것이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외면한 것이다. 국민은 정책의 실패에는 관대할 수 있지만 국민에 대한 오만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2006-02-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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