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甲과 乙/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甲과 乙/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입력 2005-12-26 00:00
수정 2005-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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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인상 가운데 하나가 뻣뻣하다, 당돌하다, 건방지다 등일 것이다. 취재를 위해 부득이한 측면도 있겠으나 기자 스스로 경계하고 씻어내야 할 자세임에 틀림이 없다.

12년간 기자를 한 뒤 대기업 홍보팀장으로 옮긴 후배가 한 기자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모양이다. 후배는 “나도 기자였지만, 기자가 그렇게 건방진 부류인 줄 새삼 깨달았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는 사소한 일을 갖고 지나치다 싶게 자신을 못살게 굴더라는 것이다. 그 기자 때문에 한 달 넘게 고생을 하고 있다면서 ‘갑(甲)’에서 ‘을(乙)’의 위치로 바꿔 선 자신을 한탄했다. 메신저 대화명이 ‘돌멩이를 맞고 쓰러지는 그날까지’라니 “세상을 다시 배운다.”는 그의 고달픔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남 얘기하듯 위로의 말을 건넸다.“그 친구 참 고약하네. 젊은 기자일수록 목에 잔뜩 힘을 준단 말야. 자기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 그 친구도 철 좀 들면 나아지지 않겠어?”

이튿날 미용실을 찾았다. 이발을 하고 세면대에 머리를 뉘었다. 머리를 다 감긴 인턴 직원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려고 고개를 받쳐 들다 한마디 툭 던졌다.“손님, 목에 힘 빼세요!” 이런….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5-12-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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