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외모 지상주의’ 문제·대책 보도를/ 허병민 문화평론가

[발언대] ‘외모 지상주의’ 문제·대책 보도를/ 허병민 문화평론가

입력 2005-12-06 00:00
수정 200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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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성형 제국이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멋진 외모와 몸매를 가꾸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남과 비슷해 보이더라도, 멋진 얼굴과 몸을 얻을 수만 있다면 차별성은 무시하거나 없어도 되는 요소가 돼버렸다. 남으로부터 얻는 시선이나 관심, 나아가 사회적 권력과 성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자신을 희생해도 된다는 식이다. 여기에 ‘나’라는 주체는 없다.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최근 뷰티지수(Beauty Index)를 탄생시켰다. 뷰티 지수란 개인이 얼마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시간과 돈을 얼마나 투자하느냐를 통합해 계산한 지수를 말한다. 조금 뒤늦게 등장한 감이 없지 않지만, 나는 이러한 지수가 매체에 등장하는 것 자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일 뿐더러 위험함마저 느낀다.

뷰티지수와 관련해 조사에 응한 86%의 사람들이 외모를 경쟁력으로 간주한다거나 77%가 자신의 외모가 사회적 위치와 능력을 보여준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시대적 경향이다. 하지만 언론이 이러한 조사 결과를 ‘친절하게’ 보도할 때에는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외모라는 민감하고 주관적인 대상을 다룰 때에는 한 쪽으로 편중될 수 있다는 점을 신경써야 한다. 사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외모에 신경쓰고 있지만, 보도로 인해서 우리 모두 외모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심어줘서는 안 된다.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이제는 지양해야 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 보도 방식이다. 기사의 절반 이상을 외모의 개선이 필수불가결한 시대적 조건임을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 반강요하는 식으로 꾸미고서는, 이것을 알맹이가 전혀 없는 ‘교육의 부족’으로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독자들의 지적 수준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성형대국이 진정 우리의 오명이라면, 언론은 관점을 달리하여 우리가 간과해온 내용을 보도할 책임이 있다.

지금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외모와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지, 나아가서 이와 관련하여 언론은 어떠한 시각을 견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외모의 개선은 누구나 해야만 하는 당연한 것도 아니고,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도 아니다.



허병민 문화평론가
2005-1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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