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석가탑 중수기와 문화재 방치/김미경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석가탑 중수기와 문화재 방치/김미경 문화부 기자

입력 2005-09-16 00:00
수정 2005-09-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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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6년 불국사 석가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最古)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라니경’과 함께 깨알같은 묵서가 담긴 손바닥만한 한지 뭉치가 발견됐다. 당시 이 뭉치는 ‘묵서지편’이라는 이름으로 보고서에 남았을 뿐 존재의 의미나 묵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발견됨과 동시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은 이 비밀스러운 묵서를 복원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난 40년 가까이 묵서지편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처박혀 있어야만 했다. 흙으로 뒤덮여 엉켜있는 묵서지편에 손을 댄다는 것은 당시의 열악한 문화재 보존처리기술로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중앙박물관 관계자의 해명이다. 그러나 묵서지편이 발견된 지 39년만인 최근 언론을 통해 존재가 확인돼 문화계와 불교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단순히 묵서를 담은 한지 뭉치가 아니라, 통일신라때 세워진 석가탑이 고려시대 초기인 11세기에 한번 중수(重修)됐다는 사실을 담은 중수기(重修記)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수기에는 석가탑의 원래 이름이 ‘무구정광탑’ 또는 ‘서석탑’이었으며, 맞은편 다보탑은 ‘동석탑’으로 불렸음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 등이 담겨 불국사 사찰과 불교사를 새로 쓸 만한 획기적인 자료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것은, 이같은 중요한 사실을 이미 알면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중앙박물관의 안일한 태도다. 중앙박물관은 귀중한 문화유산인 석가탑 중수기를 30여년간 방치하다가 지난 1997년 9월부터 1년여간 뒤늦게 보존처리를 위한 상태조사를 했다. 당시 중앙박물관은 묵서지편을 110여쪽의 낱장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중수기임을 알려주는 내용과 중수시기를 의미하는 중국연호 등을 발견했다. 그러나 낱장을 뜯어내는 기초작업만 했을 뿐 묵서를 해독하고 보존처리하는 작업은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수장고에 밀어넣었다.

중앙박물관이 이제부터라도 석가탑 중수기의 해독·복원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다음달 용산 새 보금자리에서 재개관하는 중앙박물관이 이름에 걸맞은 위상을 찾으려면 문화재 전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수장된 문화재를 보존·복원하는 데 더욱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2005-09-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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