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정대/이상일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정대/이상일 논설위원

이상일 기자
입력 2005-09-01 00:00
수정 2005-09-0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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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정치에 뜻을 둔 글라우콘이란 젊은이에게 충고했다.“국가는 수만 가구의 가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네는 그 중의 하나인 숙부(叔父)의 집을 부유하게 하도록 노력해보지는 않았는가? 한 가정에 도움도 못 되면서 어떻게 많은 가정에 도움이 되겠는가?” 또 “전쟁이 일어나면 가정학(家政學)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한 장군의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그럴 경우야말로 가정학이 가장 쓸모있다.”며 “개인 업무의 경영과 공공 임무의 처리는 양에 있어서만 다를 뿐 그외의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역사의 가정학(home econo-

mics)이 대학에서 정식 학문으로 개설된 것은 1909년 미국에서다. 국내에서는 이화여대가 1929년 ‘가사과’를 만들었고 1965년 ‘가정대’로 승격시켰다. 의류환경학, 식품영양학, 주거환경학, 아동·가족학과 생활디자인학 등으로 연구대상이 확장됐고 웬만한 대학은 모두 가정대를 설치했다.

가정대의 원조격인 이화여대가 7년전 ‘생활환경대학’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다시 2007년부터 이마저도 해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생활환경대학의 학과를 ‘건강과학대학’과 ‘예술종합대학’으로 분산시키는 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에 생활환경대까지는 수용했던 가정대 동문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는 모양이다.

일반인들은 여전히 ‘구 가정대’로 부르지만 서울대와 연세대 등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도 수년전 ‘생활과학대’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가정대’라는 이름이 퇴출된 주요 이유중 하나는 가정대학은 ‘현모양처가 되기 위한 여학생들의 코스’‘평생직장인 주부가 목표’라는 세간의 잘못된 인식 탓이다.

미국에서는 가정학을 보통 ‘Home Economics’외에 인간생태학, 인간발달학 등이라고도 부른다. 호텔경영학을 가정학부에 넣기도 한다. 국내에선 패션학과 식품경영학 등 구 가정대 학과가 인기다. 남녀공학 생활과학대(구 가정대)의 4분의1 정도는 남학생일 정도로 금남(禁男)영역의 담도 허물어지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가정학이 다시 부활하는가 싶다. 가정학이란 말을 피하지 말고 다시 쓴들 어떨까.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09-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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