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아줌마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문화마당]아줌마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입력 2005-08-18 00:00
수정 200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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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종류의 성(性)이 있다고들 한다.

남성, 여성 그리고 아줌마.

언제부터인가 억척스럽고 막무가내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기혼여자를 가리키는 단어가 된 ‘아줌마’.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란 단어는 비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쩐지 우스갯거리의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원래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홀하게 혹은 정답게 일컫는 말이라 한다. 가벼우면서 정답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아줌마라는 단어가 정감 있고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의미로 통용된다.

버스나 전철에서 빈 자리가 보이면 일단 모두를 제치고 잽싸게 뛰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기회만 있으면 어디든 자리를 펴고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대해 수다를 떠는 아줌마.

그런 아줌마들을 다른 인종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 살림에 애들 교육에, 일상에 지쳐 기회만 있으면 쉬고 싶은 게 아줌마다. 남편들이 일상의 지친 피로를 술 한 잔의 여유로 풀듯, 자식들이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고 PC게임을 하듯 아줌마들도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아줌마 역시 똑같은 인간이다. 아니 누구보다도 더 위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줌마가 없으면 나라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아줌마들이 사회 전반에 기여하는 영역이 넓다고 한다. 기혼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일하는 여성층이 남성 못지않다는 통계가 얼마 전에 발표되었다.

게다가 아줌마는 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파워 소비자다. 각 기업에서는 주부 모니터를 운영하기도 하고, 포털사이트에선 아줌마들이 선정하는 ‘아줌마 입소문 파워 브랜드’에 선정된 기업들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또 얼마 전에는 한 공중파 방송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전업주부가 명문대 졸업생, 고시 출신 공무원 등을 모두 물리치고 ‘퀴즈영웅’에 올라 아줌마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차츰 아줌마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줌마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 시트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행히 아줌마들의 일상을 비하하며 조롱하는 소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아줌마들의 일상과 고뇌 등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줌마를 이해하고 살갑게 느끼도록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를 나눈 유머를 읽은 적이 있다. 옷을 입을 때 아가씨는 살을 드러내려고 하고 아줌마는 감추려고 한다는 유머와 아가씨는 배 속의 허기로 밥을 먹지만 아줌마는 가슴의 허기로 밥을 먹는다는 등의 의미심장한 유머도 있다.

줄줄이 열거되는 유머 중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아가씨는 좌절하지만 아줌마는 강해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도 그 때문이다. 고아원, 양로원,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단은 거의 다 아줌마라고 한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 아줌마는 자기 몸 힘든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아줌마는 강하다는 말을 여실히 증명하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도 요즘 몇몇 광고들을 보면 아줌마가 된 것이 무슨 큰 잘못인 양 느껴진다. 어린 꼬마에게 ‘아줌마’ 소리를 듣고 분개하는 아가씨의 모습이나 또 ‘누가 당신 보고 아줌마라고 하겠어.’ 하며 아내를 위로하는 광고도 있다.

아직도 아줌마가 되는 것이 부끄럽고 서글픈 일인 양 치부하는 눈길들이 많은 것이다. 아줌마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인 데도 말이다. 하지만 아줌마는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의 편견을 꿋꿋하게 이겨온 인내의 아줌마니까.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이겨야만 될 수 있는 것이 아줌마니까 말이다.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 파이팅!!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2005-08-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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