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천도 /이상일 논설위원

[길섶에서] 천도 /이상일 논설위원

이상일 기자
입력 2005-08-17 00:00
수정 2005-08-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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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에서 은퇴한 전직 샐러리맨 K씨가 회사 생활을 정리하는 책을 썼다. 흥미있는 것은 그가 직장내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책 끝 부분에 사마천의 ‘사기(史記)’가운데 한 구절인 “천도(天道)는 과연 존재하는가?”를 인용한 점이다.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악을 거듭 자행하면서도 향락을 누리고 흥청망청하는 자가 있다. 그 한편에서는 정도를 걸으면서도 재액(災厄)을 당하는 자가 수없이 많다. 그것을 보면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수천년 뒤 한국의 전직 샐러리맨 K씨는 직장 생활을 회고하는 가운데 사마천의 말을 곱씹으면서도 끝내 낙천적으로 기운다. 그는 “악인들이 잘못된 행위를 저지르면서 겪었을 심적인 고통이나, 그러한 악행의 결과로 본인이나 자손들에게 닥쳐올 재앙이나 악인들이 눈감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천도는 선인의 편을 든다.”고 강조했다. 과연 현실에서 선·악이 구분되는지,‘악인’조차 자신이 악인이라고 생각하는지, 악인이나 그 후손이 대가를 치르는지도 의문이다. 사마천의 절망적인 인간관을 애써 낙관론으로 해석하고자 한 K씨의 시각이 독특하면서도 애처롭게 보인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08-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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