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지난 27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과 이를 하소연하는 어머니에게 아들이 맞을 짓 했다고 면박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큰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은 사흘째 이 드라마 제작진과 KBS에 격렬한 분노를 보이고 있다. 참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드라마상 설정이라고 해도 이처럼 인륜을 짓밟는 패악무도한 짓거리가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TV에서 버젓이 방영되었으니 KBS 관계자들은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담당PD는 세태의 한 단면을 나타내고자 현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해명했다. 현실에서는 물론 그보다 더한 패륜 행위도 저질러진다는 사실을 이 사회의 성인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비인간적 범죄를 시청자 앞에 제 입맛대로 까발릴 권리가 TV 제작진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TV는 속성상 연령구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드라마는 가족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보는 일일 시트콤이니 제작자의 구구한 해명이 통할 상황이 아니다.
KBS가 그동안 드라마를 제작해온 행태를 보면 상업방송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시청률에만 매달려 선정적인 소재에 비상식적인 이야기 전개, 저급한 대사 등으로 눈길 잡는 데만 급급했다.KBS는 스스로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시청료를 받는 대가로 시청자인 국민에게 어떤 화면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다신 없어야 한다.
2005-07-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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