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식적 부적격교사 퇴출제는 안된다

[사설] 형식적 부적격교사 퇴출제는 안된다

입력 2005-06-27 00:00
수정 200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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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교육부총리와 교원·학부모단체의 대표들이 만나 부적격교사 퇴출 방안을 연내 시행한다고 합의한 것은 하나의 진전임에 틀림없다. 교원단체들의 속내야 어떻든 일단은 학부모들, 즉 국민의 빗발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져 부적격교사 퇴출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교사퇴출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어차피 지금 기준으로도 교직을 떠나야 할 사람들만 그 대상에 오른다면 이는 나머지 부적격교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교원단체·학부모단체 등 3자가 합의한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도 폭넓은 퇴출 기준을 정해야 한다.

‘3자 합의’에 따라 교육부가 1차로 규정한 부적격교사 범위는 비리·범법 행위자와 신체·정신적 질환자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학부모단체 요구처럼 학생들에게 과도한 체벌을 하거나 상습적으로 인격 침해를 하는 교사를 포함시키는 등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교사의 적격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부적격교사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자도 학생들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기준을 마련하고 퇴출 대상을 고르는 일을 직접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학생 의견을 대변할 학부모들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하며 당연히 그 의견을 대폭 수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적격교사들이 자리를 유지해온 데는 교장 등 관리직의 방관·은폐가 적잖은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관리직이 교사의 비리·범법 행위를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학교의 명예 등을 핑계로 은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 똑같이 책임을 묻도록 규정해야 한다.

부적격교사 퇴출에 관한 합의가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는 대신 실효성이 떨어지는 ‘퇴출’쪽으로 교육부·교원단체들이 방향을 틀었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교육부건 교원단체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이 문제를 넘어가려고 하다가는 더욱 큰 국민의 압박에 부딪치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5-06-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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