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안개등 켠 한국경제/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안개등 켠 한국경제/우득정 논설위원

입력 2005-05-10 00:00
수정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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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논설위원
한국경제는 과연 소생하고 있는 것일까? 소생하고 있다면 내 주머니에는 언제쯤 온기가 전파될까?

정책당국자들과 경제전문가들이 최근 1·4분기 산업 및 서비스업 활동동향이 발표된 뒤 한국경제에도 여명이 깃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떠오르는 의문이다. 이들은 서비스업 생산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도·소매업 판매가 9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내수가 마침내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경제심리지표와 실물지표가 천천히 상호작용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날 기업의 체감경기 실사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훨씬 밑도는 85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며칠 후 LG경제연구원은 실생활에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크기를 나타내는 생활경제고통지수가 1분기 12.9로 4년만에 최고치였다고 발표했다. 환율하락과 고유가에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수시로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혼선은 우리 경제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한달 전만 하더라도 ‘강력한 회복세’를 점치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월가의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3.1%에 불과하자 ‘소프트 패치(경기회복과정에서의 일시적 침체)’냐 경기침체의 전조냐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서 재경부의 월례 경기동향보고서인 ‘그린 북’은 우리 경제의 경기 회복 가능성과 하방 경직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지표 추이로 볼 때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으나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아직도 4∼5%대에 머물고 있다. 가계의 지속적인 부채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은 474조원이나 된다.

환율 하락에 따라 구매력이 일시적으로 생겼을지 모르지만 구조적으로는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가계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51%(지난해 6월 말 기준)로 미국의 28%, 일본의 27.9%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은 1분기와 2분기에는 3%대, 하반기에는 4%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4.5∼5%)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성장률로는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공급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당연히 국민의 체감경기는 냉랭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면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지면서 경제가 탄력을 잃고 노화되는 선진국형 덫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단절되고 사회 각 부문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전통적인 지표로는 해독되지 않는 이상기류들도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이라는 짙은 안개를 헤쳐나가려면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거리측정법(지표 해독법)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실적호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 조급한 마음에 경제외적인 힘이 자주 개입하면 자원배분의 심각한 왜곡만 초래할 뿐이다. 극히 원론적이지만 인센티브와 이윤 기회를 제공하되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내실있는 회복세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경쟁과 효용성이 동반성장의 룰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고용부문에서도 불완전 고용은 완전고용으로, 실업은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단계적인 접근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우리 경제의 7할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부문에서 획기적인 규제완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가격의 경직성과 평등 지상주의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그것이 안개등을 켠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5-05-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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