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민주노동당은 왜 위기에 빠졌나/이광호 前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열린세상] 민주노동당은 왜 위기에 빠졌나/이광호 前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입력 2005-04-30 00:00
수정 200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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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노동당의 상태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며 안이한 현실인식과 위기의식의 빈곤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노회찬 의원이 최근 진보정치연구소 주최로 열린 민주노동당 의회진출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8% 수준’으로 하향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노동당은 한자릿수(TNS 9.2%, 리서치앤리서치 9.1%)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20% 수준까지 육박했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의 거품이 빠지는 중이다. 국민의 기대치와 당의 부족한 역량에 대한 실망 사이의 차이만큼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주요인사들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기아차·부산항운노조의 취업 비리와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 파행 등 최근에 벌어졌던 실망스러운 노동조합 활동이다.(권영길·단병호·심상정 의원, 주대환 정책위의장)

권영길 의원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론을 들어 보면 최근의 노조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과 민주노동당이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노동당도 기존 정당과 다를 게 없다.’는 대중적 실망이 당에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단병호 의원은 이와 관련해서 “노조의 잘못이 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 변수를 주요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체적 문제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의 잘못이란 무엇일까.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의 분석이다.

“그동안 나타났던 비교적 높은 지지율은 민주노동당의 독자적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존정당들이 싫어서 우리를 지지해 준 일종의 반사적 성격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당이 민생 문제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채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당력을 쏟는 것 같은 행보가 대중으로부터 당을 멀어지게 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국감 이후 당의 활동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책적 혼선이 초래됐기 때문”이라며 대표적 사례로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을 꼽았다. 심의원은 또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경우 정당 내부의 문제점을 지도부 교체과정을 통해서 (대중적 비판에) 부응한 반면 민주노동당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은 “국민은 민생 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민주노동당이 지난 1년동안 국민에게 민생 문제를 제대로 쟁점화하거나 해결하는 데 인상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 이면에 보다 근본적인 민주노동당의 취약점이 있다. 그것은 제3당으로서, 미래의 제1야당과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서 전략적 사고와 비전의 부재다. 이와 함께 정당 내부의 비생산적 정파 갈등도 문제다.

노회찬 의원은 이와 관련해서 “위기의 핵심적 실체는 발전전략의 부재이며 당은 지금 구체적인 목표와 자체 동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조류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당이 소수의 한계를 조직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지 못한 채 가두동원식 정치에 보다 많이 의존하고, 노동자·서민 정당으로서의 정책을 구체화하는 기획이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심상정 의원)라는 얘기다. 부유세·사회복지·고용 같은 주요한 의제를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들어내고, 이를 노동자·서민의 편에 서서 일관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주체로서 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신뢰의 중심’으로 노동자·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놓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현재의 소수에서 미래의 다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을 취하지 못한 것이다. 거품이 빠지면 실체가 드러난다. 민주노동당이 1년을 맞아 스스로 찾아내고 있는 반성과 성찰이 노동자·서민의 희망을 되살리는 당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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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前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2005-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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