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일본국민 여러분에게/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본국민 여러분에게/이용원 논설위원

입력 2005-03-19 00:00
수정 2005-03-19 10: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일본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땅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신문·방송을 통해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는 성난 군중이 연일 모여들어 일장기를 불태웁니다. 그 중에는 단지(斷指)를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을 삭이지 못해 한강다리에서 몸을 던진 60대 국가유공자도 있습니다. 일제상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갑니다.

이용원 논설위원
이용원 논설위원 이용원 논설위원
일개 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다고 해서 왜 한국인들은 저렇게 분노할까? 이를 지켜보는 여러분의 심정은 놀랍고 또 불쾌하기까지 할 겁니다. 우리 국민이 그러하듯 일본 국민도 대부분 평화를 사랑하고 폭력을 혐오하는 사람들일 터입니다. 그 심정 이해합니다.

일본에서는 싸운 사람들을 어떻게 화해시킵니까? 우리는 가해자더러 사과하도록 하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로하며, 스스로 반성하게 합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일본이 20세기 초 한국을 35년동안 식민통치한 것은 양국민에게 불행한 역사였습니다. 하긴 오랜 역사를 가진, 이웃한 두 나라 사이에 유쾌한 역사적 경험만이 존재할 수는 없겠지요. 문제는 잘못된 과거를 푸는 방식입니다. 아마 일본인으로서는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과거청산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겁니다. 또 천황의 ‘통석(痛惜)의 염(念)’ 발언으로 사과도 끝났다고 할 겁니다. 우리 국민 대다수도 국가간 협정을 뒤집길 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독도 문제는 그와 별개입니다.

독도는 한마디로 한국땅입니다. 한국 역사서의 서기 512년 기록에 독도가 처음 등장한 이래 그 사실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일본은 1905년 다케시마를 시마네 현에 편입했다고 내세웁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한국을 병탄한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그해에 대한제국은 이미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 한국인이 나라를 되찾을 때 독도는 당연히 주인 품에 돌아온 겁니다. 한국정부가 지난 17일 이번 사태를 “해방의 역사를 부인하고 과거 침탈을 정당화하는 행위”로 규정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즉 독도 문제는 영유권 다툼이 아니라 일본의 과거사(침략) 반성에 속하는 부분입니다.

독도가 ‘주인 없는 땅(無主地)’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일본학자인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대 명예교수의 글을 읽도록 권합니다.‘시마네현의 100년’등을 낸 그는 대한제국이 이미 1900년 독도 소유를 칙령으로 확인했고, 그에 앞서 일본 정부가 1696년,1876년 등 여러차례 독도를 한국령으로 인정했음을 밝혀줍니다. 도쿄신문 17일자, 산인주오신보 13일자를 보십시오.

독도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일본은(물론 일부 국민이겠으나) 아직 과거의 침략 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을 침략한 가해자입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심정을 경험했습니다. 전쟁 막바지에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숱한 국민이 희생되었습니다. 종전 후에는 미군 통치도 겪었습니다. 그런 일본인이 식민지배와 태평양전쟁 발발을 반성하지 않으니 어느 피해국민인들 수긍할 리 있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일본을 독일과 비교합니다. 독일이 종전후 줄기차게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국들에 사죄·배상한 것처럼 일본도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 개관식에 유독 일본인만 초청받지 못한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한국민은 일본과 척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독도 문제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일본 국민 여러분에게 기대합니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3-1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