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신문의 자매지인 월간지 ‘정론’4월호에 게재된 한승조 고려대 전 명예교수의 글이 우리 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공산주의 좌파 사상에 기인한 친일파 단죄의 어리석음: 한일합병을 재평가하자’라는 글이 그것이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한승조 교수에 돌 던지지 마라’라는 글로, 월간조선 대표 조갑제씨는 ‘친북이 친일보다 더 악질적인 이유는 이렇다’라는 글로 한승조씨의 주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친일 옹호 논리는 일련의 공통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논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학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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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학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학 교수
첫째, 한승조씨는 당시의 국제정세로 보았을 때 조선이 러시아에 합병된 것보다 일본에 합병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조선이 러시아에 합병되었을 경우, 수많은 사람들(1000만명 이상?)이 시베리아 강제 이주 등으로 학살되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역사의 가정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전제로 추론하고 있는 결과는 거의 어거지에 가깝다는 점에서 상식의 도를 넘고 있다.
둘째, 한승조씨와 지만원씨는 일제의 식민지배 때문에 한국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승조씨는 그 근거로 한국의 민족문화가 일제 통치기간을 거치면서 더욱 발전했으며, 일본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에 한국이 빨리 발전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만원씨는 일본의 선진화된 과학기술과 지식과 절제로 훈련된 정신은 잠자던 조선인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배 때문에 우리의 민족문화가 발전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일제의 식민지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일본에 대한 경쟁의식이 생겼고, 일본의 선진적인 기술과 정신이 우리에게 자극을 주었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맞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한국이 발전했고 따라서 일제의 식민지배는 바람직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극히 부분적인 이유를 들어 전체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셋째, 한승조씨는 ‘덜 돼먹은’ 사람이나 국민은 자기 자신의 책임은 숨기고 남의 책임을 추궁하며 과거에 집착하는 반면 ‘훌륭한’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만원씨 역시 ‘못난 민족’의 모함-모략행위부터 반성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서 ‘덜 돼먹은’ 사람과 국민, 그리고 ‘못난 민족’은 바로 한국 사람과 한국민, 그리고 특히 한국의 좌파를 지칭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우리 또는 우리 민족에 대한 일종의 ‘극단적인 비관주의’다. 즉 우리 민족과 우리는 못났고 따라서 식민지배는 당연한 것이고 식민지배를 받더라도 잘난 민족, 잘난 사람들을 따라 배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 아니었느냐는 사고다. 그러나 역사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역경에 처할 때도 있다. 그것을 자기 비하의 민족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태를 호도할 뿐만 아니라 극히 왜곡시킨다.
넷째, 한승조씨는 친일파 단죄는 좌파 논리이며, 현재 좌파정부인 노무현정부는 정략적인 의도에서 친일파 청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종군위안부문제를 과장되게 내세우는 것은 수준 이하의 좌파적 심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편 조갑제씨는 친북이 친일보다 더 악질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논리도 말이 되지 않는다. 친일파 진상규명 등 과거사 청산 작업은 과거의 잘못을 규명함으로써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과거에 대한 성찰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가 좌파정부라는 주장의 맹점은 좌파와 민주주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군위안부문제는 그 문제제기의 유치함 때문에 거론할 필요도 없겠다.
이상의 논의와 관련하여, 왜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은 문제점 투성이의 논리로 친일 옹호의 커밍아웃에 나섰을까? 거기에는 민주화의 진전을 좌파 지배로 보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좌파’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그들의 ‘상상’ 속에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학 교수
2005-03-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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