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공간] 새만금,대안으로 풀자/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녹색공간] 새만금,대안으로 풀자/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입력 2004-10-25 00:00
수정 200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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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오랫동안 찬성과 반대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새만금사업도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음달 12일 최종 심리를 거쳐 늦어도 내년 봄에는 사업의 정당성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환경단체도 그렇겠지만 정부는 이번 소송을 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신행정수도 위헌소송과는 달리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건 정부의 의도나 희망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도 때문이다. 이는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새만금사업은 공식적으로는 농림부의 ‘농지조성사업’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농지조성 목적의 새만금사업은 사회적으로 본다면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라북도 주민들은 사업추진 초기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복합산업단지 조성의 꿈을 버린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휴경보상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내부간척지 전체를 농지로 활용하는 문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래, 정부도 노 대통령도 농지조성을 흘러간 옛 노래쯤으로 취급해 왔다. 최근 전라북도가 공공연하게 세계 최대 540홀 규모의 골프장과 카지노 등 복합 레저관광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상급심이 남아있다 해도 정부로서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승소하는 사태는 가장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왔던 새만금사업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농림부가 승소한다 해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사법부가 정당성을 인정한 새만금사업의 목적을 변경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간 농지조성의 실효성을 스스로 의심해왔던 정부의 태도가 사법부에 의해 부정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은 애초부터 경제적, 과학적 타당성보다는 전라북도 주민들의 소외감을 달랜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한 것도 환경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경제부처였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도 감사원이었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은 전라북도 주민들에게는 이미 정서적으로 신앙에 가까운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갯벌의 가치에 대한 논박이나 사업의 비합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전라북도 대다수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새만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라북도 주민들의 뿌리깊은 소외의식에 대한 이해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면서도 생태계와 지역공동체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라북도 내에서 새만금사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역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와 지역주민,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가칭 ‘지속가능한 새만금회의’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새만금 어민들이 상경하여 방조제 공사 잠정 중단과 충분한 해수유통을 주장할 계획이라 한다. 방조제 건설로 새만금 갯벌과 바다, 그리고 이를 터전으로 살아왔던 어민들의 삶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넉넉하고 활기찼던 어촌은 점점 쇠락해 가고 갈 곳 없는 어민들은 불안한 미래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장을 위해서는 자연과 생명의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우리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체계와 규범의 변화를 새만금에서 이끌어낼 수는 없는 것인가.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2004-10-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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