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전당포 추억/오승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전당포 추억/오승호 논설위원

입력 2004-08-07 00:00
수정 2004-08-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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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매월 하숙비보다 많은 돈을 보내 주셨다.하숙비를 내고 남는 용돈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낭비를 하지 않으면 한 달 동안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규모였다.그런데 사정은 딴판이었다.보름도 채 되기 전에 다 써버리기 일쑤였다.간혹 용돈을 추가로 받기도 했지만,직장인이었던 누나에게 ‘SOS’를 보낸 적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용돈이 다 떨어지면 의지할 곳이 또 있었다.학교 앞에 있는 전당포였다.담보 물건은 소형 카세트와 시계.학창시절만 해도 소니 제품 카세트를 맡기면 전당포 주인은 군말 않고 돈을 빌려줬다.졸업할 무렵엔 담보 가치가 급락해 푸대접 받았지만 전당포를 자주 들락거리게 한 물품이었다.대학생 때 취해진 과외 금지 조치는 하숙이나 자취 생활을 했던 지방 출신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대학생 과외가 가능했더라도 전당포 추억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값이 비싼 노트북이나 디지털카메라 등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린 뒤 연락을 끊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여서 씁쓸하기만 하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2004-08-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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