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우산/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버지의 우산/우득정 논설위원

입력 2004-07-15 00:00
수정 200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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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면 시선은 절로 아파트 베란다로 향한다.후미진 그곳엔 녹슨 우산 몇개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잡동사니와 뒤엉켜 쓰러져 있다.몇해 전 장마철을 앞두고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가져온 우산들이다.손자 녀석들이 까마귀 고기를 구워 먹었는지 비 올 때마다 우산을 하나씩 잃어버린다는 말을 기억하셨던 게다.

하지만 아버지의 우산은 손자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지도 못한 채 어느 날 베란다로 쫓겨났다.색깔도 우중충한 데다,수동이었으니 친구들 보기에도 창피했을 것이다.어쩌면 행여 아이들이 우산 없이 비를 맞을까 싶어 부지런히 새 우산을 사다 나른 탓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가을이 막 깊어갈 무렵,아버지는 정성스레 손질한 우산을 다시 몇개 들고 오셨다.하지만 베란다에 나뒹굴고 있는 당신의 우산을 보면서 멋쩍은 표정만 지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의 상경도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팔순 고개로 접어들면서 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베란다에 버려진 우산처럼.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우산을 정리하면서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려줘야겠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4-07-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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