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공간] 합의회의를 아시나요/윤순진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

[녹색공간] 합의회의를 아시나요/윤순진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

입력 2004-06-07 00:00
수정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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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DDT 염화불화탄소(프레온가스)는 대표적인 예들이다.최근에는 유전자조작식품의 개발이나 생명복제 영역에서 보다 고도화된 과학기술들이 계발되고 있다.대부분의 시민들은 유전자조작이나 동물복제,인간복제가 사람을 비롯한 무수한 생명들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다.

사실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연의 힘을 이용하거나 제어하면서 삶의 편리를 꾸준히 넓혀왔다.앞서 든 사례들은 물론 원자력발전소나 대형댐의 건설이 그렇다.그런데 이런 활동이 삶을 편리하고 풍족하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예기치 않은 환경파괴와 오염을 유발한다.하지만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안하는 것도 상당부분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가능하다.과학기술은 이렇듯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에 신중하게 이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제까지 과학기술관련 정책결정은 전문가와 관료 위주로 이루어졌다.일반시민들은 정책결정과정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는데 과학기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이런 상태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었다.과연 이런 시각은 정당한 것인가?

과학기술은 원자력이나 유전공학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들과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또한 특정 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은 시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지원된다.과학기술은 공공성을 지니기에 공론화되어야 하고 시민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참여를 통해 과학기술 관련정책이 결정된다면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쳤으므로 정책의 정당성이 높아지고,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하였기에 정책집행의 효과성도 높아지게 된다.전문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시민들이 어떤 방법을 통해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가?

1980년대 후반 이후 유럽에서는 새로운 시민참여방법이 실험되고 정착되어가고 있는데 한 가지 방법이 합의회의라는 것이다.합의회의란 일반시민들을 모집하여 논쟁적인 과학기술 주제에 대해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은 후 참여시민들간에 의견을 수렴하여 자신들의 견해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는 포럼형식이다.덴마크에서 이런 유형의 합의회의를 1987년에 실시한 이래 현재까지 14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다.합의회의 결과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책결정에 상당부분 반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과 1999년에 유전자조작식품과 생명복제기술에 대한 합의회의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올 해에는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서 과학문화재단 후원으로 전력정책에 대한 합의회의를 연다고 한다.사실 합의회의란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의회나 정부가 논쟁적인 주제를 공론화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으로 사용한다.우리나라의 경우,시민단체가 이 일을 하고 있어 재정상 어려움이 있다.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과학기술 관련정책을 더 이상 전문가영역으로 묶어둘 것이 아니라 영향받는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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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 ˝
2004-06-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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